“중압감이 심했어요.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이 직업을 택했는데 왜 남의 눈치를 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의 나라면 이런 곡을 썼겠구나’ ‘내가 이런 노래를 썼던 사람이지’라는 생각으로 정신을 차렸습니다.”
6집 앨범 이후 3년5개월 만에, 싱글 곡 ‘젠틀맨(GENTLEMAN)’ 이후로 2년6개월 만에 정규 음반 ‘칠집싸이다’를 내놓은 가수 싸이의 말이다. 싸이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 마디도 진행하기 전에 머릿속에 사공들이 많이 생겼다. 이 사공들을 한 명으로 정리하다보니 새 앨범을 내는 데 오래 걸렸다”고 오랜 공백 이유를 밝혔다.
7집 앨범에서 ‘초심’을 찾겠다고도 했다. 싸이가 찾은 초심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그는 “제가 스스로 싸이스러움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저답지 않은 짓 같다”며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 거침없음, 당돌함, 다소의 무례함이 싸이스러움이었다고 한다면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지금은 그때처럼 서슬 퍼런 음악은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칠집싸이다’에는 9곡이 담겼다. 타이틀곡은 ‘나팔바지’와 ‘대디(DADDY)’ 두 곡. 농담 삼아 ‘나팔바지’는 내수용, ‘대디’는 수출용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싸이는 “‘나팔바지’는 대학 축제 공연을 마치고 굉장히 쉽게 만든 곡이고, 대디는 19개월 걸린 곡이다. 재미있게 만든 곡과 어렵게 만든 곡, 어떤 게 더 잘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호화 피처링도 눈에 띈다. 윌아이엠, 애드시런, 전인권, 김준수(JYJ), 씨엘(2NE1), 자이언티, 개코(다이나믹 듀오) 등이 함께했다.
앨범에 실린 ‘드림(Dream)’은 고(故) 신해철에게 바치는 노래다. 작사가에 신해철 이름도 올렸다. 이 곡 음원 수익은 신해철 유족에게 돌리기로 했다. 싸이는 지난 25일 네이버 브이(V)앱 ‘싸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제가 썼지만 대필이다. 신해철 형이 저에게 평소 술자리에서 많이 한 얘기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곡은 김준수가 불렀다.
개코와 같이한 ‘아저씨 스웩’에 대해 “제가 아는 아저씨 중 개코가 랩을 제일 잘한다”고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전인권과 함께 부른 ‘좋은 날이 올 거야’에 대해선 “‘국민 갱생가’다. 가장 맘에 드는 곡이고 힘든 이들에게 힘을 주는 노래”라고 했다.
‘강남 스타일’ 이후 대중의 평가와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B급 문화의 축을 담당했던 싸이가 어느새 주류가 된 것에 대한 배신감을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싸이는 “저는 늘 A급과 메이저를 지향했다. B급 타이틀은 대중이 붙여준 건데, 비주얼이나 몸매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졌다고 느낄 수도 있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지만 반응이 그렇다면 그렇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머릿속 사공 정리하다 새 앨범 늦었네요”… 3년5개월 만에 정규 앨범 낸 싸이
입력 2015-11-30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