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 수원FC의 유쾌한 반란

입력 2015-11-30 21:22
“4부 리그 팀이 1부 리그 팀을 이길 수 있는 게 축구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판 청춘FC’ 수원FC가 상위 리그 승격까지 딱 한 고비를 남겨 놨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그러나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둔 지금 ‘기적’이 눈앞에 다가왔다.

수원FC는 2일 클래식(1부 리그) 11위 부산 아이파크와 홈 1차전, 그리고 5일 원정 2차전을 가진다. 여기서 이기는 팀이 최종적으로 내년 클래식에서 뛸 수 있다. 수원FC가 승격하면 2013년 승강제 실시 이후 클래식에서 강등된 팀이 아닌, 챌린지 창단 팀이 1부로 올라가는 최초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수원FC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수원시청이라는 이름의 내셔널리그(3부 리그) 소속팀이었다. 올 시즌 목표도 11개 구단 가운데 5∼6위로 잡을 정도로 승격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1부에서 내려온 팀들이 재승격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상황에서 수원FC가 설 자리는 현실적으로 중위권이었다. 조덕제 감독도 “상주 상무나 대구FC, 새로 들어온 서울 이랜드까지 투자나 스쿼드 등 전력적인 면에서 뒤지는 게 사실이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 수원FC 스쿼드를 살펴보더라도 스타급 선수는 없다시피 하다. 대부분이 대학을 갓 졸업한 1∼3년 차 선수들이다. 올 시즌 입단해 6골 4도움을 기록한 정기운(23)은 시즌 전만 하더라도 무적인 선수였다. 지난해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표팀 훈련에 초청할 만큼 잠재력이 뛰어났지만 막상 불러주는 프로구단은 없었다. 지난달 28일 대구FC와의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선제골을 넣은 배신영(23)도 울산 현대 산하 현대고를 나왔지만 울산 구단이 지명을 포기하면서 수원FC에 입단한 선수다. ‘한국형 외국인 선수’로 거듭난 자파(29)는 2년 전까지 일본 4부 리그 격인 재팬풋볼리그 FC오사카에서 뛰었다.

그러나 수원FC는 이들 ‘미생’과 함께 강팀들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이름값에선 떨어졌지만 축구에 대한 간절함은 그 누구보다 강했다. 이는 경기력으로 나타났고 화끈한 공격 축구가 덧입혀지면서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한 팀이 됐다. 조 감독은 30일 “어제보다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 좀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해왔다. 실패해도 공격적인 패스를 시도하고, 과감하게 드리블을 해 봐야 성장한다. 누가 경기에 들어가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줬고 이것이 여기까지 오게 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제 수원FC는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놓고 있다. 부산과는 지난해 FA컵 16강전에서 맞대결한 경험이 있다. 당시 연장 역전골을 허용하며 2대 3으로 패했다.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겨 보자고 했다. 부산이 우리보다 강하고 모든 면에서 낫지만 우린 지금껏 했던 방식대로 공격 축구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수원FC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