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기축통화 편입] 위안화의 ‘굴기’… 달러 독주에 거센 도전장

입력 2015-12-01 05:00


국제통화기금(IMF)이 30일(현지시간)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하면서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와 함께 명실상부한 세계 5대 통화로 부상하게 됐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달러가 독주해 온 국제 화폐 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5년 만에 권토중래, 위안화 SDR 편입…달러와 유로에 이은 3대 통화 가능성=중국이 첫 도전장을 내민 것은 2010년이었다. 당시 IMF는 “위안화는 주요 통화와 자유로운 교환이 원활하지 않는 등 외환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가 불가능하다”며 신청을 거절했다. 5년마다 SDR 편입을 심사하는 IMF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IMF는 실제 지난 8월 “편입에 따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중국이 위안화 기준 환율 산정 방식에 시장 환율을 반영하는 등 금융시장 자유화 조치들을 구체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결국 IMF는 지난 13일 “위안화의 SDR 편입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집행이사회에 위안화의 SDR 편입을 제안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실무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위안화 SDR 편입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IMF의 결정이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 집행이사회의 중국 위안화 SDR 바스켓 편입 결정은 중국과의 관계가 민감한 시기에 IMF가 얼마나 규칙을 변칙 적용해 중국을 수용하도록 강요당했는지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에드윈 트루먼은 “IMF는 그들의 기준을 사정에 맞게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 관심은 위안화의 편입 비중에 쏠려 있다. 현재 SDR 비중은 달러화(41.9%) 유로화(37.4%) 파운드화(11.3%) 엔화(9.4%) 등 순이다. 중국 쪽에서는 위안화 구성비율이 13.8%로 달러화(41.1%) 유로화(30.2%)에 이어 3대 통화로 편입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IMF가 최종 심사 보고서에서 중국 무역액 가중치를 대폭 낮춤에 따라 위안화의 바스켓 구성 비율이 10%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탄력을 받은 중국은 앞으로 현재 6위에 머물고 있는 IMF의 의결권 비중 조정 등 개혁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위상 제고·국제화 촉진…상징적 의미일 뿐 실질 효과 제한적 지적도=현재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4종류의 SDR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92.9%에 달한다. SDR 편입으로 위안화가 준비통화로서의 위상이 제고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다자간 금융기관의 운영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고에서 “위안화의 SDR 편입 후 5년 안에 위안화의 완전태환과 자유로운 사용을 가능케 할 방침”이라며 “2020년까지 세계 무역 결제액의 33% 이상이 위안화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수적으로는 위안화의 SDR 편입이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롄핑은 중국신문망에 “SDR 편입 전후로 중국은 자본 및 금융시장 개방에 유리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앞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편입돼도 주요 통화로 위상이 올라가는 상징적 의미만 가질 뿐 실질적으로 위안화 자산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중국외환투자연구원 탄야링 원장은 “중국에는 외환시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SDR 편입이 이뤄지면 위안화는 통화바스켓 내 다른 통화 대비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탄 원장은 “아직까지 위안화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현 시점에서는 경쟁보다는 달러 주도 시장에서 위안화가 생존하고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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