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필요하다는데… ‘호스피스 법안’ 물건너가나

입력 2015-11-30 21:28
‘웰다잉’(존엄한 죽음)을 위한 호스피스 관련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통과되기 어렵게 됐다. 국민 10명 중 9명은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국회의 우선순위에서는 배제돼 있는 상황이다.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30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으나 호스피스완화의료 관련 법안은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영유아보육법 국민건강보험법 등을 넣었다. 최근 복지위 최대 쟁점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다. 의료 해외진출사업과 외국인 환자 유치를 지원하는 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 일자리 창출 법안으로 꼽아 정부와 여당이 매우 적극적이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에 밀려 호스피스완화의료 법안은 정기국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지난 25일 법안심사소위 안건에 올라갔으나 다른 법안에 순서가 밀렸다.

계류 중인 관련 법안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다.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 결정을 존중하자는 취지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세연 의원이 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법률’은 현재 말기 암환자에게 적용되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모든 말기 환자에게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전문위원실은 이 법안들을 검토하고 종합해 통과될 수 있는 ‘대안’까지 만들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이를 채택할 경우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최초의 독자적 법률이 된다. 지금까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암 관리법의 일부 조항에서 다뤄왔다.

그러나 정기국회에서 이를 논의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복지위는 1일 정기국회 마지막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하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 관련법은 다루지 않을 예정이다. 복지위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 이후에도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쌓인 법안들을 처리한다는 입장인데, 다음 임시국회가 총선을 두 달 앞둔 내년 2월이어서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기 어려우리란 관측이 많다. 최근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95.5%나 됐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