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왕자 “전쟁이 있었던 걸 항상 기억해야”… “아베 우회적 비판” 분석

입력 2015-11-30 21:45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차남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후미히토) 왕자가 공식 석상에서 “전쟁이 있었다는 것을 항상 기억에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후(戰後) 70년을 맞는 올해 일본 왕실 인사들의 잇따른 전쟁에 대한 반성 언급이 집단자위권 법안을 통과시키며 일본을 또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과 묘한 대척점을 이룬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50번째 생일을 맞는 후미히토 왕자는 인터뷰에서 올해 조부인 쇼와(昭和) 일왕의 항복 메시지 원본을 들었던 사실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 자신은 전후 20년이 지나서 태어났다”며 “전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에게서 듣거나 서적을 읽는 등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20대인 자신의 두 딸에게 “전후 70주년의 해를 하나의 계기로 삼아 전쟁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아키히토 일왕은 1월 1일 신년소감에서 “이번 기회에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장남인 나루히토 왕세자도 2월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체험한 세대가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비참한 경험이나 일본이 밟아온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왕실 인사들의 발언이 말로만 ‘앞선 대전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면서 실제로는 일본의 재무장을 추진하는 아베 총리를 겨냥한 우회적인 비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