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방산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유일 항공기 부품 및 완제품 제조·판매 업체인 KAI를 인수하는 곳이 국내 방산업계를 평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은 지난 10월 30일 KAI를 포함한 91개 비금융회사 지분을 2018년까지 3년간 집중적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KAI는 1999년 대우중공업·삼성항공·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이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KT-1 기본훈련기의 양산체제 구축과 함께 국산 항공기의 해외 수출시대를 열었다. 2003년에는 국내 최초로 초음속 고등훈련기 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등 국내 항공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KAI의 지분은 현재 산업은행(26.75%) 한화테크윈(10%) 현대차(10%) DIP홀딩스(5%) 등이 나눠 갖고 있다. 30일 방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벌써 다양한 인수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KAI 매각설이 불거질 때마다 주요 인수 후보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두 기업 모두 오너 리스크와 기록적인 영업적자로 위기를 맞고 있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테크윈을 인수해 KAI 지분 10%를 확보한 한화(한화테크윈)가 KAI의 강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방산산업 확장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는 한화 입장에서 KAI 인수는 기존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 계열사 중 ㈜한화 항공사업부는 항공우주 분야 및 방위산업 분야의 유압부품, 비행조종작동기 및 연료 시스템 전문 제작 업체로서 국내 항공우주 분야의 주요 공급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F-15K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등 공군의 주력 항공기 엔진뿐만 아니라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국산화 엔진을 생산하는 등 항공기 엔진 분야에서 수준 높은 기술과 위상을 갖고 있다. 한화가 KAI를 인수할 경우 전투기 생산이나 개발을 진행할 때 계열사 간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도 KAI 인수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에 이어 KAI까지 한화 품에 안길 경우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 업체에 오르는 ‘방산 천하통일’이 가능해진다.
다만 한화는 KAI 매각 일정 등이 공식화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0일 “한화가 KAI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식 중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10∼15% 정도의 추가 지분 투자만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AI 주가(8만∼9만원)를 고려했을 때 10% 지분 추가 확보에는 8000억∼90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시장에 나온 ‘한국항공우주산업’… 방산 맹주 꿈 한화, 인수 나설까
입력 2015-11-30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