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태백에덴교회] 투병 생활하며 목회… 자동차마저 고장 나 발 묶여

입력 2015-11-30 19:37 수정 2015-11-30 21:06
탄광촌 지역 언덕배기에 위치한 태백에덴교회의 주일예배 모습. 중학생인 유승표 목사의 딸과 초등학생 3명, 70∼80대 노인 등 현재 10여명의 성도가 출석한다. 태백에덴교회 제공
강원도 태백시 방터골2길 언덕배기에 있는 태백에덴교회. 교회 주변엔 과거 탄광촌 60여개가 있었지만 폐광되고 한국석탄공사가 운영하는 탄광 1곳만 남았다. 대부분 탄광업에 종사하다 일자리를 잃고 정부 보조금 등에 의지하는 70∼80대 노인들(120여 가구)이 살고 있다.

유승표(44) 목사는 동료 목사의 권유로 아무 연고 없는 이곳에 2005년 9월 아내 딸과 함께 왔다. 1980년 동점장로교회로 문을 연 교회는 15년 전 태백에덴교회로 이름을 바꿨다. 교회는 2002년 태풍 로사와 이듬해 태풍 매미 피해로 ‘준 폭탄 맞은 상태’였다.

주변의 도움으로 교회를 수리해서 외관은 서서히 교회 모습을 되찾았지만 사람들이 오질 않았다. 유 목사는 “가정사 등 평생 혼자 품고 살던 이야기가 남에게 알려지는 게 싫어서 교회 나오기를 꺼리는 분이 많은 걸 알게 됐다”며 “교회로 안 오면 교회가 찾아가면 된다고 생각해서 가정 방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출장 목회’를 한다. 전도를 위해, 때론 성도의 회복을 위해 찾아가 돌본다는 의미를 담았다. 노인들을 찾아가 대화하고 수락하면 함께 집에서 주일예배 순서대로 예배를 드렸다. 처음엔 목사가 ‘교회 가자’고 안 하고 ‘집에서 예배를 드리자’니 이상하게 보기도 했다. 또 10∼20분도 아니고 1시간 예배를 드리니 어색할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덕분에 신앙고백을 하거나 교회를 찾는 분들이 생겼다.

비어 있는 것과 다름없던 교회엔 현재 10여명의 성도가 출석한다. 중학생인 유 목사의 딸과 초등학생 3명, 유치원생 3명이 나온다. 처음엔 100% 후원을 받아 재정을 충당했지만 교인들이 생기면서 20%는 헌금으로 재정을 마련하고 있다.

밝고 긍정적으로 보이는 유 목사에겐 남모를 사연이 많다. 그는 재생불량성빈혈이란 병을 앓고 있다. 칼빈대 재학 시절인 21세 때 발병해 1년간 중환자실을 전전했다.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절망하던 중 ‘목사가 되면 하나님이 무슨 일이라도 시키실 것’이라고 믿으며 기도했다. 기적처럼 몸이 회복됐고,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뒤 35세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6개월에 한 번씩 혈액검사를 받으며 상태를 검사할 정도로 호전됐지만 여전히 잠들 때는 ‘내일 아침 눈 뜨게 해 달라’고, 아침엔 ‘또 하루를 살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한다.

투병생활을 계기로 입양에 대해 고민하고 사역 비전을 세웠다. 딸을 낳은 뒤 하나님의 은혜로 아내를 설득해 두 아들을 가슴으로 품었다. 2017년쯤 한 아이를 더 입양할 수 있도록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유 목사는 “하나님은 지난 10년간 덧셈 뺄셈을 정확히 하시며 물질을 공급해주셨지만 기도제목이 늘 끊이질 않는다”며 기도를 요청했다. 27일 오전 10년 된 차량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정비소에선 “LPG 가스통이 삭아서 가스가 새는 건 처음 봤다”며 혀를 찼다. 중고차 시세가 200여만원인데 수리비만 100만원이 나왔다. 교회차량 구입을 위해 작정헌금을 해왔지만 부족하다. 그는 “겨우내 눈도 많고 외진 곳을 찾아갈 때가 많아 목회 특성상 차가 꼭 필요하다”면서 “작지만 건강한 가정을 세우고 예배를 회복하라고 이 교회로 부르신 것 같다. 태백에서 에덴동산 같은 교회로 설 수 있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