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종인 <13> 끼 많던 제자 민휘, 장애 딛고 당당한 배우로

입력 2015-12-01 19:08 수정 2015-12-01 21:10
가나엔터테인먼트 김은경 대표(가운데)와 다운증후군 영화배우 강민휘씨(오른쪽)가 함께했다. 왼쪽은 모델 서단비씨.

2001년 나사렛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한창 열리고 있었다. 오후에 신학부 교수 한 분이 나를 찾아왔다.

“있잖아요. 얼굴 닮은 꼴, 이상한 학생이 한 명 들어왔는데 아침부터 혼자 놀고 있네요.”

가서 보니 다운증후군 강민휘란 학생이었다. 다운증후군은 21번째 염색체가 하나 많은 지적장애의 대표적 유형의 하나다. 당시는 시각, 청각, 지체장애만 장애학생 특별전형 제도가 있었고 지적장애인은 해당되지 않았다.

그런데 2001년 입시에 신학부 야간이 미달되면서 무시험 전형으로 민휘군이 입학하게 된 것이다. 신학부 교수님은 이 학생이 어떻게 신학이라는 학업을 이수할지 걱정된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일단 학교에 입학했으니 1년 후 내가 가르치는 인간재활학과로 전과하기로 했다.

강민휘군의 인간재활학과 수업엔 에피소드가 많다. 그는 체육시간을 가장 좋아했고 특히 농구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골 킬러였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했고 컴퓨터 강의시간도 주도했다. 다른 교과목 시간은 이해가 되지 않아 장난을 치거나 때로는 잠을 못이겨 코고는 날도 있었다.

장애학생 1명과 비장애학생 3명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 자립통합 학습생활관에는 인간 재활학과 동급생 안익훈 학생이 민휘의 멘토였다. 하지만 민휘는 자기가 오히려 익훈이의 멘토라고 우겼다.

그런데 민휘는 언어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배운 플루트가 가히 수준급이었다. 학교축제 등에서 그가 플루트로 ‘당신은 사람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연주하면 환호성이 터졌다.

한번은 극동방송 출연 차 갔다가 가나엔터테인먼트 김은경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가 장애인 연기자를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민휘를 소개했다. 그 후 3개월이 지났을 때 한 영화사 감독이 다운증후군 지적장애인을 찾고 있다고 했다. 오디션 내용이 가요 ‘진정 난 몰랐었네’를 모션을 취하며 연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천안 대학근처 노래방에 민휘를 수시로 데려가 연습을 시켰다. 오디션 당일에는 함께 가지 못했지만 내내 간절하게 기도했다.

“하나님 민휘의 하나 더 있는 염색체가 희망의 염색체가 되게 해 주옵소서.”

그런데 민휘는 박흥식 감독의 ‘사랑해 말순씨’라는 영화에 결국 조연으로 캐스팅 됐고 그 역할도 잘 연기했다. 이어 KBS-1TV 인간극장 5부작의 주인공도 됐다. ‘천사 배우가 되다’는 이 프로는 수많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나는 민휘가 2004년 데뷔 때부터 영화, 드라마, 뮤지컬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자로서 활동하고, 급기야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은 나사렛대학교 교육의 덕택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지적장애인이 갖고 있는 한계점을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은경 대표의 헌신과 희생, 보살핌이 이뤄낸 훈훈한 결실이었다. 민휘도 자신의 한계를 훌륭히 극복하고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펼쳐나가고 있다고 믿는다.

모든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희망염색체 영화배우 강민휘를 통해 당신의 귀한 뜻과 소명을 이루어 가신다고 여긴다. 원래 불교신자인 민휘는 이제 성가대원으로, 가족구원의 도구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발견하며 감사와 영광을 돌리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민휘가 몸담은 대학에서 그의 성공 모델을 통해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발달 장애인에게도 고등교육의 문을 활짝 열어주도록 만들어 주셨다. 이처럼 하나님은 지극히 작은 자인 지적장애인을 가장 귀히 보시고 사랑하신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