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47) ‘차기 본드’를 찾습니다

입력 2015-11-30 18:02
역대 본드

“My name is Bond, James Bond(나는 본드입니다, 제임스 본드).”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대사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대사를 7번째로 읊조릴 배우는 누가 될까. 6대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의 하차 임박설이 퍼지면서 영화팬들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이들은 이렇다. 크리스천 베일, 휴 잭맨, 샘 워싱턴, 제임스 퓨어포이, 데미안 루이스, 이드리스 엘바, 헨리 캐빌, 톰 하디, 클라이브 오웬, 앤드루 링컨, 마이클 파스벤더 등.

본드 역을 맡을 배우는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이어야 하는가. 역대 본드 배우들을 기준으로 보자. 첫째, 영국인(British)이어야 한다. 역대 본드들은 영국 출신이었다. 다만 2대 본드 조지 레이전비만 호주 출신. 그는 유일하게 달랑 한 편에만 출연하고 끝났다. 이에 비추어 잭맨과 워싱턴 역시 호주인이라는 게 약점이다. 또 가장 본드 역에 근접한 배우 중 하나로 평가받는 파스벤더는 독일인이고, 엘바는 영국인이지만 흑인이다.

둘째, 나이. 본드는 애송이도 늙다리도 아니다.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쯤. 그런 만큼 본드 역으로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퓨어포이도 아깝다. 그는 1995년에 최종 후보로 브로스넌과 다투다 아깝게 떨어진 경력이 있을 만큼 본드로 손색이 없으나 올해 51세다.

셋째, 복합적인 캐릭터. 본드는 강인한 전사지만 동시에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인텔리다. 터프함과 지적인 이미지가 함께 갖춰져 있어야 한다. 무조건 ‘정의의 화신’이어서도 안 된다. 때에 따라서는 잔인하고 야비해질 수 있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드로 발탁될 당시 톱클래스가 아닌, 적당히 알려진 상태여야 한다. 본드 역에 어울리는 것으로 지적되는 베일(41·웨일스 출신)은 톱스타급이라는 게 걸림돌이다.

이런 조건들을 고려하면 남는 배우는 몇 안 된다. 데미안 루이스(44), 헨리 캐빌(32), 톰 하디(38) 정도. 이외에 톰 히들스턴(34), 앤드루 링컨(42), 데이비드 컴버배치(39), 리처드 아미티지(44) 등이다. 과연 누가 차기 본드로 낙점돼 팔자를 고치게 될까.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