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美 금리인상 째깍째깍… 신흥국 전전긍긍
입력 2015-12-01 05:04
12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굳어지면서 신흥국발 금융 불안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신흥국 입장에서 미 금리 인상은 외국인 자금 유출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저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도 감내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전망하기 힘든 2016년의 글로벌 경제, 과연 신흥국은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신흥국 경제, 2013년보다 더 취약=3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신흥국 경제지표는 2013년에 비해 별로 나아진 게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이 발생해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신흥국 경제는 여전히 불안하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와중에 정부와 기업 부채가 늘면서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과 브라질, 터키 등이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성장세 둔화로 부채상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신흥국발 위기의 갈림길은 미국 금리 인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전문가를 상대로 한 최근 조사에서 12월 금리 인상 확률이 92%로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10월 초에는 이 확률이 64%였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상품가격 하락과 세계경제 부진, 미 금리 인상은 개발도상국의 신용등급을 위협하고 있다”며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가 과거보다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과거 금리 인상과 비교했을 때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등 정책 여력이 커졌고, 미 금리 인상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 주장이다.
NH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원은 “1990년대 이후 신흥국의 외환제도는 유연성이 강화돼 자본 유출이 신흥국 전반의 금융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다만 현재 성장 모델이 변화가 빠른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고, 부정부패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시장이 요구하는 구조 변화가 실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에 저유가 타격 첩첩산중=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에 유리했던 경제 여건이 통째로 바뀐다는 걸 뜻한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고,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금리 인상 후 시장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다 해도 신흥국은 저유가 등 원자재 시장 부진에 따른 저성장 위기도 넘어야 한다.
통상 달러화 가치와 유가는 반대 흐름을 나타내는데 최근에는 이 폭이 커지고 있다. 2010∼2014년 상반기 상관계수는 -0.3이었으나 2014년 하반기 이후로는 상관계수가 -0.94로 커져 달러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원유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은 큰 타격을 입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원자재 가격 하락 시 자원 수출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가격 상승기에 비해 0.5∼1.25%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자원 수출에 의존해온 신흥국의 제조업 기반이 약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3∼2007년 브라질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17.1%였지만 2010∼2014년 제조업 비중은 12.6%로 떨어졌다. 베네수엘라 역시 같은 기간 제조업 비중이 16.4%에서 13.8%로 하락했다. 국제유가를 포함해 원자재 시장이 이른 시일 내 회복되지 않는다면 자원 수출로 성장세를 유지했던 신흥국들이 스스로 위기를 회복할 방법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신흥국 성장 둔화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위기로 발전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신흥국이 성장 궤도에 올라서지 못할 경우 선진국 위주의 경기 회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장의 관심은 미 금리 인상의 속도에 집중되고 있다. 금리가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인다면 신흥국이 받는 타격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도 변수는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 부진을 이유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경우 달러화 강세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