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봉때 관객 17만명→ 재개봉하니 40만명 돌파 ‘이터널 선샤인’ 10년 만에 신나는 역주행

입력 2015-12-01 19:44
'이터널 선샤인'
'러브 액츄얼리'
10년 만에 재개봉된 ‘이터널 선샤인’의 역주행 흥행이 극장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이터널 선샤인’은 2005년 개봉 당시 17만 관객도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5일 재개봉 후 4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재개봉된 영화가 첫 개봉 때의 관람객 수를 넘어선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존 말코비치 되기’(1999)로 이름을 알린 찰리 카우프만이 각본을 쓰고 ‘휴먼 네이처’(2001)로 데뷔한 프랑스 미셸 공드리 감독이 연출한 ’이터널 선샤인‘은 원하지 않는 기억을 마음대로 삭제할 수 있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아픈 기억을 지워준다는 회사를 찾아간 조엘(짐 캐리)이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과의 추억을 지우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억을 지워갈수록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기억을 잃어도 진정한 사랑은 끝까지 살아 있다는 깊은 통찰이 아름다운 영상과 감미로운 음악을 만나 짙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눈밭에서 연인끼리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압권이다. 영화는 개봉 당시 난해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코미디 장르로 이름을 날린 짐 캐리의 진지한 사랑 연기도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10년 동안 작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며 ‘인생의 영화’로 꼽는 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 제77회 아카데미상 각본상, 영국 가디언지 선정 역사상 최고의 로맨스, 올해 BBC가 주관한 미국영화 100선 가운데 2000년대 이후 멜로 장르 1위 등을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재개봉이 이뤄지고 극장은 애초 55개에서 현재 66개로 늘어났으며 박스오피스 3위까지 치고 올라가기도 했다.

‘이터널 선샤인’의 선전에 자극받아 ‘렛 미 인’과 ‘러브 액츄얼리’도 재개봉 러시에 가세했다. 3일 재개봉되는 ‘렛 미 인’은 뱀파이어 소녀와 옆집 소년의 사랑을 그린 스웨덴 영화다. 뱀파이어가 등장하지만 소외된 이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이자 타자와의 교감에 관한 이야기이다. 2008년 11월 국내 개봉돼 8만79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겨울 로맨스 영화의 대표작인 ‘러브 액츄얼리’는 성탄절을 앞둔 17일 재개봉된다. 4편의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태로 엮은 영화로 2003년 12월 개봉 당시 188만7000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휴 그랜트, 콜린 퍼스, 리암 니슨, 키이라 나이틀리, 엠마 톰슨 등 쟁쟁한 배우들이 12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흥행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