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9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지역의 한 재래시장을 공습해 최소 20명이 사망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의 이번 공습 대상도 이슬람국가(IS)가 아닌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항하는 반군 지역이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으로 추정되는 전투기가 이날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시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아리하 마을의 한 재래시장을 공습했다. 이 공습으로 시장 터에 있던 민간인 20명 이상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반정부 성향의 오리엔트TV는 사망자가 4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번에 공습을 받은 아리하 마을은 알카에다 연계 단체인 누스라 전선을 포함해 반정부군이 장악한 지역이다.
러시아는 터키의 자국 전투기 격추에 대한 보복조치로 고강도 경제·여행 제재안을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터키산 상품의 수입금지 조치와 러시아 내 터키인들의 고용 제한, 러시아 주재 터키 기업의 활동 제한 등을 담은 포괄적 경제 제재안에 서명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국가 안보와 국익을 보호하고 우리 국민을 범죄 등 불법행위로부터 지키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면서 내년 1월 1일부로 터키산 일부 상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야채 수입량의 20%에 달하는 터키산 농산물과 가죽·섬유 등 의류가 주요 금지 품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또 자국에서 일하는 터키인들의 노동계약 연장과 신규 고용을 금지할 방침이다. 더불어 터키 기업의 러시아 내 활동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터키와 체결한 비자 면제 협정을 잠정 중단시킨 러시아는 자국에서 터키로 가는 전세기 운항을 금지하는 사실상 여행금지 조치도 내렸다.
터키의 사과 거부 이후 꼬여버린 양국 관계는 마땅한 전환점을 찾지 못한 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크렘린궁 관계자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통화 요청을 두 차례나 거절했다고 27일 보도했다.
한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이날 격추된 러시아 수호이-24 전투기 조종사 시신을 러시아에 인도한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터키 공군 F-16 전투기가 발사한 공대공 미사일을 맞은 수호이기의 두 조종사는 비상 탈출에 성공했으나 낙하 중 반군의 지상 총격을 받고 조종사인 올렉 페슈코프 중령은 사망했다. 나머지 1명인 부조종사는 시리아 정부군에 구조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러, 민간인 밀집한 재래시장 폭격
입력 2015-11-29 22:18 수정 2015-11-30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