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다음달 5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경찰은 폭력이 예상되는 이 집회를 금지키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의 불법·폭력시위 엄정 대응 기조 속에 시위대가 집회를 강행하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평화집회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1차 집회의 폭력 양상이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시나리오 #1
경찰이 집회를 원천봉쇄하면 이를 강행하려는 주최 측과 또 한번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일순간의 충돌로 끝나지 않고 검거·처벌과 규탄시위가 반복되며 정부와 노동계의 극한 대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전국농민총연맹의 12월 5일 서울광장 집회 신고에 대해 경찰은 28일 ‘금지’ 통보를 했다. 전농이 1차 집회 당시 폭력시위에 가담하는 등 불법·폭력 행위가 예상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전농은 즉각 반발했다. 조병옥 전농 사무총장은 “헌법상 집회·결사 허가제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서울행정법원에 금지 통보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고 경찰에도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29일 성명을 통해 2차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집회 원천금지는 독재시대에나 횡행했다”며 “경찰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헌법 권리를 원천 부정한 것이자 현 정권이 독재정권임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시나리오 #2
다음달 5일 집회에서 쇠파이프와 물대포가 사라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2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벽이 들어서는 자리에 종교인들이 ‘사람벽’을 세워 평화지대를 형성하겠다. 이웃 종교에도 동참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2차 집회가 평화로운 집회·시위 문화로 가는 전환점이 되도록 종교인이 앞장서겠다는 취지다.
지난 27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2차 집회를 평화롭게 진행하겠다며 정부가 화쟁위의 중재를 받아들인다면 기꺼이 자진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투쟁본부 내부에서도 평화집회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차 집회에 참여했던 산별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총 안팎에서 평화시위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평화집회의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경찰과 투쟁본부 측이 기존 방침을 고수하면 2차 집회는 시작부터 불법 집회로 열리게 된다.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은 뻔하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 경찰의 ‘불법·폭력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경 진압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진보 성향 시민단체로 이뤄진 ‘백남기 범국민대책위’도 집회 신고서를 냈다. 7000여명이 다음달 5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종로를 거쳐 대학로로 행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집회 성격을 검토해 금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상수(常數)와 변수(變數)
경찰이 집회를 용인하고 주최 측이 평화 기조로 진행한다 해도 2차 집회에서 폭력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1차 집회에서도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는 일부에 불과했다. 소위 ‘데모꾼’이 앞장서서 폭력 행위를 주도하면 군중심리가 작용해 폭력이 번질 수 있다. 또 경찰과 시위대의 당일 대응에 따라 집회 성격이 삽시간에 변할 수도 있다.
경찰이 2차 집회에 앞서 한 위원장을 강제로 체포할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참석차 29일 오후 프랑스로 출국하는 틈을 타 경찰이 한 위원장 체포에 나설 수 있다며 비상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위원장 체포를 시도하며 조계사에 들어갈 경우 즉각 총파업 및 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사 영내로 경찰력이 투입되면 평화집회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는 게 노동계와 경찰 안팎에서 나오는 공통된 관측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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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3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