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과 친구 맺기”… ‘이란 견제’ 걸프국들 이스라엘과 화해무드

입력 2015-11-29 22:17
이스라엘이 수주일 내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처음으로 외교공관을 개설한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이스라엘 영자지 하레츠를 인용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AE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등 다른 걸프연안국들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전체 아랍권에서도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은 나라는 이집트와 요르단 모리타니 등 3곳에 불과하다. ‘팔레스타인 독립국’을 지지하는 이들 국가는 이스라엘을 적대시해 왔다.

UAE에 개설되는 이스라엘 외교공관이 양국 간 공식적인 국교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개설 공관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이스라엘 대표부라는 점에서 ‘비정통적(unorthodox)’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IRENA는 태양광, 수력·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2009년 출범한 정부간 기구로, 아부다비에 본부가 있다.

WP는 “미국과 공식 외교관계가 없는 이란이 뉴욕에 유엔 대표부를 개설한 것에 비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IRENA에 대표부를 파견한 국가는 이스라엘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양국 관계 해빙의 결과물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서로를 적대시했던 이스라엘과 걸프연안국들의 관계 개선 움직임은 이란 핵 협상이 촉발시킨 듯하다고 WP는 지적했다. 양측 모두 이란 핵 협상에 반대하는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 계기라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맹주로 하는 수니파 아랍국들은 시아파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란의 영향력 증대를 가장 두려워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들이 수년간 이란과 협상을 벌이는 동안 이스라엘 관리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국가 관리들과 만나왔다. 한 이스라엘 관리는 이 결과 “(서로) 사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걸프국가 여론조사에서 가장 두려운 지역 강대국으로 이란이 이스라엘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고 WP는 전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