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이상 징후가 심상치 않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상승세를 타던 주택가격이 요즘 보합 내지 하락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은 지방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지난주 서울 노원·관악구 아파트값이 하락했는데 이들 지역의 주간 아파트 가격이 내린 건 지난해 상반기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강동구는 2주 연속 하락세, 강남·금천·서대문·용산·중구는 보합 전환, 나머지 구(區)들은 오름폭 둔화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선 28개 시 가운데 13개 시의 아파트값이 보합세로 돌아섰거나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시장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우선 공급 과잉이다. 올해 1∼10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60만4000가구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 해 인허가 물량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7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공급 물량이 쏟아지면 집값 하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내년 시행을 앞둔 가계부채 관리 방안도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결국 수요가 감소해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다음 달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대출금 상환 부담도 커지게 된다. 이 같은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이 냉각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주택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전문가 대부분은 공급 과잉으로 2∼3년 후 주택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허가 후 입주가 2∼3년 뒤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 입주 물량이 32만 가구에 달해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경착륙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는 건설업계 스스로의 적정 수준 주택 공급만 강조하며 안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주택 분양 물량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등 적극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 일각에선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가계부채 관리 방안 시행 시기 연기를 검토하는 모양인데 이는 안 될 말이다. 집값 거품의 진원지인 가계부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은 불가능하다.
[사설] 주택시장 잇단 경고음, 안이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
입력 2015-11-29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