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미국 주택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한 외국인 중 중국인이 올 들어 처음 1위에 올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100만 달러(약 11억5600만원) 이상 고가 주택시장에서 중국인은 14채 중 한 채꼴로 사들였다. 뉴욕 맨해튼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등 대도시 부동산에 집중되던 차이나머니는 최근 들어 미국 중서부의 중소 도시로도 파고들고 있다.
◇차이나머니의 파워=전미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최근 1년 동안 미국에서 286억 달러(약 33조616억원, 지난 3월 기준)어치의 집을 사들였다. 이는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중국 기업의 해외 부동산 투자도 지난해 49% 늘어났다. 차이나머니가 미국 부동산시장에 유입되자 중국인의 발길이 닿는 곳은 가격이 치솟거나 매물이 달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은행융자를 끼고 집을 사는 미국인들과 달리 중국인들은 대부분 현찰로 즉석에서 사재기에 나선다고 NYT는 전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해외 거주자의 국내 부동산 매입에 15%로 중과세하지만 미국의 많은 도시는 차이나머니를 환영한다. 세수 증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시피의 작은 도시 코린트 시의회는 최근 중국의 부동산 업자가 108에이커(43만7000㎡)의 목장 부지에 99개 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을 제출하자 즉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신설 주택의 분양가는 최소 200만 달러(약 23억원)를 넘어 세금만 연간 수십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의 플래노는 인구 27만명 규모의 도시로, 이 가운데 중국교포는 6000명에 불과하다. 이 중 절반은 2000년 이후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다. 미국의 아메리칸에어라인은 이들을 겨냥해 올 초 플래노와 베이징을 잇는 직항노선을 개설했다. 미국 부동산 업체들도 베이징과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해 중국인 큰손들을 대상으로 직접 마케팅을 벌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중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중국 당국의 금융규제 완화와 중국 증시 붕괴가 맞물린 탓으로 NYT는 분석했다.
◇투자 동기는 자녀교육과 영주권 획득=중국인 학부모들은 미국 대학에 다니는 자녀들을 위해 대학가 주변 고급주택을 사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세인트루이스 미주리대학에는 중국인 유학생이 900명 정도 다니는데 이들 중 많은 학생은 캠퍼스 주변 평균 80만 달러짜리 고급주택에 산다고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인 등록 학생 수가 늘면 주변 집값이 오른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의 외국인 학생 중 31%가 중국인이다. 또 중국인 큰손들은 거액을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면 영주권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NYT는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50만∼100만 달러 투자로 일자리 10개 이상을 창출하는 외국인에게는 2년 내 영주권(EB-5visa)을 발급하는데 올 들어 이 영주권의 86%가 중국인에게 돌아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美 고급주택 14채 중 1채, 중국인이 샀다… 차이나머니에 들썩이는 부동산
입력 2015-11-29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