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백인 남성, 美 낙태시술 병원서 총기난사… 환자·경찰 등 3명 사망·9명 부상

입력 2015-11-29 22:19 수정 2015-11-29 22:36
미국 콜로라도주 스피링스 가족계획연맹 병원에서 27일(현지시간) 총기를 난사한 로버트 루이스 디어 2세(왼쪽 두 번째)가 양손이 뒤로 묶인 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50대 떠돌이 백인 남성이 낙태시술병원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경찰관과 환자 등 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 남성은 경찰조사에서 “낙태 아기의 장기 적출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NBC방송이 보도했다.

지난 27일 미국 콜로라도 스피링스의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로버트 루이스 디어 2세(57)가 라이플총과 폭발물을 들고 난입해 20발 이상의 총격을 가했다. 범인 디어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특공대와 대치하며 총격전을 벌였으나 5시간 만에 체포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관 1명과 환자 1명, 시민 1명 등 3명이 죽고, 9명이 부상했다.

가족계획연맹은 낙태시술을 지원하는 단체로 미국 전역에 700곳의 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이 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낙태 아기의 장기를 적출했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공화당은 이 단체에 대한 정부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내년도 정부예산심의를 거부해 ‘셧다운’(연방정부 기능정지) 위기에 몰리기도 했었다. 이 단체는 과거에도 낙태 반대론자들의 표적이 돼 왔다.

디어가 어떤 정치적 동기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낙태 아기 장기 적출 논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범인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콜로라도 등을 전전하면서 산속 오두막이나 이동식 주택에서 생활하는 등 이웃과 격리된 채 살면서 가끔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 주변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디어는 가정폭력을 행사하거나 이웃집 여성을 훔쳐본 혐의 등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성명을 내고 희생자들과 가족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갈수록 더 많은 미국인과 그들의 가족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총격 사건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이는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게 정상적인 것이 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며 총기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