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세계연합 맞대결 가능성은

입력 2015-12-01 05:10

지난 9월 독일의 세인트 레온 로트 골프클럽에서 미국과 유럽의 여자골프 대항전 2015 솔하임컵이 열렸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한 한국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한국여자선수들이 빠진 세계 골프대회는 의미가 없다고 느꼈던 탓이다. 솔하임컵은 대회가 창설된 1990년만 해도 미국과 유럽이 여자골프를 양분하고 있어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10년간은 아시아 골프의 급성장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돼 버렸다.

30일 현재 세계랭킹 톱10에는 한국여자선수들이 무려 6명 포함돼 있다. 미국 2명, 중국과 뉴질랜드 각각 1명이다. 유럽은 단 한명도 없다. 20위까지 펼쳐 봐도 한국이 9명인데 비해 미국 4명, 유럽 2명에 불과하다. 중국과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선수들은 20위 안에 11명이나 들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솔하임컵이 세계 최고의 여자골프 대항전으로 불리는 것에 반기를 드는 분위기가 부쩍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이제 더 이상 솔하임컵이 필요하지 않다”는 극단적인 견해까지 내놨다. 미국 팜스프링 지역매체 ‘데저트 선’의 칼럼니스트 래리 보해넌은 솔하임컵을 앞두고 “세계를 지배하는 한국선수들이 불참하는 솔하임컵이 최고의 대회일까”라고 반문하며 “한국이 아시아를 대표해 팀을 꾸려 솔하임컵을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전력으로 봐 최강 한국단일팀과 세계연합팀간의 대항전이 성사될 만도하다. 다만 한국의 국력이나 스폰서 문제 등 여러 정황 상 실현 불가능하지만 국내팬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구도다. 솔하임컵 엔트리 12명처럼 한국단일팀은 세계랭킹 22위 안에 12명이 포함돼 있는 만큼 더욱 막강해진다.

보다 실현 가능한 스토리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팀과 세계연합팀간의 대결이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열렸던 렉서스컵이 그런 예다. LPGA 투어는 내년에 대회수가 33개로 늘면서 한국과 일본 기업이 5개씩 후원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7개 대회가 열린다. LPGA에 쏟는 아시아의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를 배출한 뉴질랜드와 호주를 포함하는 범아시아·오세아니아를 한 팀으로 배정하고 나머지 미국·유럽 단일팀의 대항전도 볼만해진다. 그 중심에 한국이 있음은 물론이다. BBC 등 일부 언론도 여자골프 최강국인 한국과 뉴질랜드의 스타들이 출전할 수 있는 또 다른 솔하임컵이 생기는 게 좋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