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 재조명 전시회] 전쟁 속 서울, 그 후의 순간들 … 기록사진 개척자 ‘성두경’ 아시나요

입력 2015-11-29 19:27
한국 기록사진의 개척자 성두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눈 오는 날의 버스 정류소 풍경’(1950∼60년대 추정·위)과 ‘남산 과학관의 잔해’(1951년). 갤러리 룩스 제공
한국 기록사진의 개척자 성두경(1915∼1986·사진)을 아는가. 일제강점기 조지야백화점(현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서적·카메라부에 입사하면서 사진과 만났던 그는 1944년 사진 분야 최고상인 전조선사진연맹 주최 사진공모전에 입선했다. 6·25전쟁이 터지자 사진기자로 종군해 파괴된 서울의 모습을 담았다. ‘동방사진 뉴스’ 편집국장을 지내며 저널리스트로 일했고 1955년 반도호텔에 사진관을 개업했다. 이후 스튜디오 사진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등 다큐·예술사진을 망라한 광폭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 사진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성두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폐허 서울을 찍은 기록사진으로 유명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동안 가려졌던 예술가로서의 면모에도 초점을 맞춘다. 그를 사진이라는 매체의 모더니티에 주목한 작가로 재평가하는 것이다.

수복 이후 파괴된 서울을 조형적인 시선으로 담은 사진들은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감동을 준다. 이를테면 도심 하늘을 날아가는 폭격기가 새처럼 포착된다. 기둥들만 앙상하게 솟아 있는 남산과학관 전경은 고대 유적을 연상시킨다. 그는 한 편의 ‘폐허의 시’ 같은 사진을 찍었지만 삶의 기록자 역할도 꾸준히 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쓴 채 막 도착한 버스로 몰려드는 중년 남성들의 모습에서 전후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고단함이 배어나온다.

전시는 ‘잃어버린 도시, 서울 1950∼1960S’라는 제목으로 서울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 룩스(02-720-8488·12월 6일까지)와 견지동 스페이스99(02-735-5811·12월 13일까지)에서 개최되고 있다. ‘모더니티의 서울’은 신세계백화점 앞 분수광장, 서소문 고가 등 전쟁 이후 복구된 서울과 1950∼60년대 근대화된 도시를 기록사진으로 보여준다. 스페이스99의 ‘익숙한 것이 낯설다’에서는 반도호텔의 상징성에 주목해 호텔 안팎 풍경과 그 주변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기록한 사진이 전시된다.

반도호텔에 스튜디오를 열어 활동하던 시절, 그는 무용가 최승희의 동서였던 김백봉을 집중적으로 찍는 등 예술인들의 활동도 사진으로 남겼다. 60년대 말에는 촉탁사진가로 1년여 청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일가족을 담기도 했다. 전시기획자 유지의는 “한국 사진사(史)가 배제한 성두경을 복원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