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가 심해 가로등 설치가 쉽지 않은 비탈길, CCTV도 없어 밤만 되면 차량이 폭주하는 일방통행길, 해가 떨어지면 발길이 뚝 끊기는 산책길. 어두워지면 인적이 드물어지는 이 길들에 ‘안심’이라는 이름의 가로등이 세워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사장 조석)이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과 함께 펼치는 ‘안심 가로등’ 공동사업 이야기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태양광 LED가로등을 설치한 한수원은 올해 ‘시민들에게 안전한 귀갓길을 만들어줌으로써 사회안전망 구축에 기여한다’는 목표로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이 일의 실무를 맡고 있는 이용현 한수원 지역상생협력처장과 황대벽 밀알복지재단 전략사업부 과장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처음 ‘안심가로등’ 사업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이 처장=한수원은 국가 에너지공급이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도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한수원의 이미지를 담아 ‘안심가로등’ 사업을 구상하고 지난해 홍제동에 시범으로 37개를 설치했다.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시행하게 됐다. 어두운 곳을 환하게 비춰주는 태양광 LED가로등을 설치함으로써 주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골목길을 다닐 수 있게 되면서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과장=교통이 불편하고 환경이 열악한 주거 취약지역에는 주로 독거노인, 장애인 등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계층 주민이 밀집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이웃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가로등을 지원하는 것은 그 지역의 사회적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 주민들이 희망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치 있는 일이다.
-안심가로등 설치 현황과 태양광 LED가로등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 처장=지난 7월 중순 경북 영덕에 태양광 LED가로등 69개를 설치했다. 대전 유성에 9개, 9월 중순에는 전북 고창군에 48개를 완공했다. 이어 경주에 66개를 설치하고 점등식도 가졌다. 다음달까지 부산(36개)과 서울(25개)에 설치하면 올해 총 253개의 안심가로등이 지역 주민들에게 빛을 선물하게 되는 것이다.
안심가로등은 태양광 LED 모듈이 장착돼 있어 주간에 햇빛으로 에너지를 충전해 야간에 거리를 밝혀준다. 한 번 충전으로 5∼6일 정도 가동할 수 있다. 장마철이나 흐린 날씨에도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가로등보다 1.5배 정도 밝은 데다 수명도 5배 가까이 길어 운영비도 절감할 수 있다. 또 태양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전기 사용과 탄소 발생을 줄여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심가로등’ 사업의 목표와 가치는 무엇인가.
△이 처장=지난해 한수원은 ‘신뢰받는 글로벌 에너지 리더, 한수원’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해 5대 핵심가치(기술, 존중, 안전, 사회적 책임, 정도경영)를 새롭게 정했다. 최우선 핵심가치는 바로 안전이다. 안전이 보장돼야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안전취약지역에 가로등을 설치해 시민들의 생활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다.
△황 과장=범죄와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야간에 국민이 안심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이 사업이 사회공헌활동의 좋은 모델이 되어 대한민국은 물론 전기 없이 살아가는 전 세계 17억 이웃들의 미래까지 밝히는 희망의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
-분야별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사회공헌에 대한 비전과 계획은 무엇인가.
△이 처장=한수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2004년에 사회·의료·지역봉사대로 구성된 ‘사회봉사단’을 창단했다. 2012년에는 사회공헌활동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또 서울대 울산대 등과 산학협력 글로벌봉사단을 구성해 ‘베트남 오지마을 의료봉사’ ‘빗물이용 식수설비 설치’ 등 개발도상국의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농어민 건강지킴이 활동’ ‘미래세대 인재 육성을 위한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에게 학습공간을 제공하는 희망도서관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최근 사회공헌 트렌드는 기업의 핵심가치와 특성을 살려 그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앞으로 ‘열린 소통’ ‘다양한 분야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사회적 책임 이행에 솔선수범하는 기업문화 선도에 앞장서겠다.
△황 과장=사회공헌은 참여에서부터 시작한다. 개인 기업 기관 등의 작은 사회공헌활동 참여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씨앗이 된다. 많은 시민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밀알복지재단의 역할일 것이다. ‘안심가로등’ 사업이 아직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에 좋은 표본이 되어 사회 공헌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안심가로등 공동사업-사업배경과 계획]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 “소외 지역에 상생의 빛”
입력 2015-11-29 18:44 수정 2015-11-29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