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이명찬] ‘보통국가’와 ‘적극적 평화주의’

입력 2015-11-29 17:41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후속 조치로 안전보장 관련법을 9월 19일 참의원에서 가결해 성립시켰다.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장하는 아베 총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법안일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는 물론 일본 내 반발 또한 심상치 않다. 그 이유는 이 법안이 다음과 같은 의문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자위대 임무는 대폭 확대되었지만 그에 상응해 자위대는 강화될 것인가? 자위대 활동 범위가 일본의 영역과 ‘주변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로 확대됐다. 이에 상응한 예산 증액과 인원 증가가 요구되지만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해외 전장에서의 전사가 예상되면서 자위대 지원이 감소할 경우 징병제가 실행될 가능성은 없는가? 안보법제 제정에 반대하는 데모 대열에 유모차를 끄는 젊은 여성들의 참여가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둘째, ‘헌법위반’이라는 비판을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 안보 관련 법안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가 헌법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평소 정책적 필요성을 인정해 헌법 9조 개정을 주장했던 헌법학자 중에서도 이번 법안은 헌법위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자위대가 일본 영역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상정되는 것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경우와 집단안전보장에 참가하는 경우다. 셋째,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있어 자위대를 타국 영토에 파견할 것인가? 아베 총리는 타국 영토에 파견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일본 방위상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정부의 승인 없이 북한에 진입할 능성을 언급함으로써 자위대 활동 범위가 불명확해졌다.

넷째, 다국적군에 참가할 것인가? 1991년 발생한 걸프전의 충격을 정부 대응 과정의 중심에서 겪었던 오자와 이치로가 제2의 걸프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다국적군’이나 PKF에 참여할 것을 주장한 것이 ‘보통국가’론 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2014년 ‘안보법제간’의 집단안전보장에 관한 제언 중 제2의 걸프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해 유엔이 다국적군을 구성할 경우 일본은 90년 걸프전의 ‘굴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국적군’이나 PKF에 참여할 것을 제언했던 권고를 간담회가 보고서를 제출한 당일 내용을 지워버리고, 자위대가 ‘다국적군’에 참여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베 총리의 이러한 반응은 그가 주장하는 ‘적극적 평화주의’ 취지와 논리모순이다.

다섯째, 미·일 안보조약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는 미·일 안보조약에 규정된 ‘미국에 의한 일본 방위 의무’와 ‘일본에 의한 기지 제공 의무’라고 하는 ‘쌍무성’을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미·일 양측에 의한 상호 방위 의무’가 실현되면 ‘기지 제공 의무’를 재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해 총리가 말하는 ‘미·일동맹의 강화’와는 정반대로 미국과 거리를 두는 상황이 된다. 미·일동맹 강화를 주장하지만 적극적 평화주의를 파고들면 들수록 미국으로부터 멀어져 ‘자주국방’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닌가? 최근 아베 총리 측근들의 ‘도쿄재판’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은 이러한 의문에 확신을 더하게 한다. 일본의 전후체제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시작되었다. 도쿄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국제사회에 복귀한 것이다. 조약이 규정한 국제질서로부터 일본이 탈피를 시도한다면 전후 일본의 방향성을 제시해 온 미국이 마음 편히 있을 리 없다.

아베정부의 한국의 ‘중국 경사론’에 대해 우리는 워싱턴을 향해 아베 총리의 야심이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넘어 미국과의 대결도 불사하는 ‘권력국가’화에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은 어떨까?

이명찬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