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약 일주일 앞둔 27일 ‘평화 집회’와 ‘조건부 자진출두’를 약속하며 온건 기조로 선회했다. 그는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전면전으로 노동 개악, 자본독재를 끝장내자”는 글을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올렸었다.
이런 변화는 민중총궐기 대회 집행부가 출구 찾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폭력 시위 부각으로 여론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정부가 연일 강공을 퍼붓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집회 참가자 등 내부에서도 반복되는 폭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들의 절박함은 기자회견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노총은 예정에 없던 한 위원장 입장 발표 계획을 기자들에게 불과 40여분 전에 알렸다. 경찰이 민주노총 경기본부에 들이닥치고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강경 담화를 발표한 직후였다. 민주노총은 11시에 예정된 기자회견을 30분이 지나서야 한 위원장이 직접 나오지 못하게 됐다고 알렸다. 조계사 측 요청으로 장소도 옮겨야 했다.
성명에서 한 위원장은 기존 입장에서 크게 물러선 모습을 보이며 유화적 신호를 보냈다. 집회 주최 측이 폭력 시위의 불법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는 처음이다. 평화 집회 약속은 2차 집회 불허 방침을 밝힌 정부를 상대로 타협점을 찾기 위한 카드로 볼 수 있다.
평화 집회는 주최 측 출혈이 큰 정부와의 강대강 대결을 피하고 부정적 여론을 진정시키는 출구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반복되는 집회 양상에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도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최석환 대외협력부장은 “1차 집회 이후 내부 논의에서 2차 집회에서는 경찰과 충돌하지 않도록 평화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직 경찰은 5일 집회 금지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다. 다만 강신명 경찰청장이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말 준법 집회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담보한다면 (광화문광장 집회 허용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 만큼 집회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평화와 준법은 다르다. 폭력을 안 쓰면서 도로를 점령하면 불법”이라며 “준법집회는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여연대는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8)씨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는 촉구서를 1만800명 명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심희정 김판 기자 simcity@kmib.co.kr
[폭력의 악순환 이제 그만] 민주노총 ‘온건’ 선회 왜… ‘폭력 피로감’ 여론 부담 평화집회로 출구 찾기
입력 2015-11-27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