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악순환 이제 그만-기획] ‘평화’ 약속한 민주노총… 폭력 고리 이번엔 끊어낼까

입력 2015-11-27 21:10

다음 달 5일 열리는 민중총궐기 2차 집회에 어느 때보다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불법·폭력행위와 과잉진압이라는 악순환을 끊으면 평화집회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어서다. 민주노총 측은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하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대화와 중재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것이 ‘폭력 고리 끊기’의 열쇠로 떠올랐다.

여기에다 폭력 시비와 과잉진압 논란을 부르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는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집회마다 정부가 불법성을 지적하지만 전체 집회 참여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마침표 찍을 수 있나=정부는 지난 14일의 민중총궐기 집회를 폭력시위로 규정했다. 집회 참석자들 중 복면을 쓴 이들이 폭력을 행사했다며 일명 ‘복면금지법안’도 발의됐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27일 “차벽을 시민들이 밧줄로 묶어 끌어당긴 것 등은 누가 보아도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며 폭력성이 있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선 폴리스라인과 차벽을 준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집회 전체를 폭력시위로 규정하는 데 대해 시민사회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13만여명(집회 주최 측 추산)의 참석자 전체에 비춰 보면 폭력행위자의 비중이 크지 않았고, 사경을 헤매는 농민이 발생한 만큼 공권력의 폭력도 컸다는 항변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압도적 다수가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하면 헌법상 집회의 자유가 의미하는 평화적인 집회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선 폭력행위자의 비중이 얼마나 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권력 행사의 크기와 집회 자유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끝이 없지만, 폭력의 도돌이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데 양측 모두 공감한다. 일단 집회 주최 측은 평화적 진행과 메시지 전달 위주의 집회를 예고했다.

◇왜 거리로 나오나=27일 한국행정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2013년 5000명, 지난해 7500명)를 대상으로 수행한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집회 참여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2013년 말 7.5%에서 지난해 말 9.2%로 늘었다. “해볼 의향이 있다”는 이들은 같은 기간 19.5%에서 22.0%로 많아졌다. “활동한 적이 없고 해볼 의향도 없다”는 비중은 65.0%에서 61.1%로 줄었다.

농어민, 기능노무자, 장년층에서 증가 폭이 컸다. 가구소득이 월 200만원 이하인 이들 중 집회 참여 경험·의향이 있다고 밝힌 비중은 2013년 45.8%에서 지난해 61.7%로 급증했다. 이 비중은 농어업 종사자들 틈에서는 19.0%에서 29.6%로, 50대 중에서는 20.5%에서 28.2%로 늘었다.

집회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국민이 많아지는 이유는 사회적 만족도 하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0점 만점에 3.8점을 기록했던 정치상황 만족도는 지난해 3.4점으로 떨어졌다. 경제상황 만족도는 4.1점에서 3.9점으로 하락했다. ‘노력을 통한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 설문에는 본인과 자녀에 대해 모두 부정적으로 응답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의견에 관심이 없다”고 여기는 정도는 2013년 5점 만점에 3.3점으로 집계됐지만 지난해 3.4점으로 올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