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김영삼(YS) 전 대통령 영결식 다음날인 27일, 국회 본회의 30일 개최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그러나 본회의 일정에만 합의했을 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 주요 쟁점 현안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YS ‘조문 정국’ 내내 화합과 통합을 외치던 여야가 김 전 대통령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자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여의도 정치’ 본모습으로 되돌아갈 조짐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 의지가 강력하고 야당도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어 주말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전날 오후부터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5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오는 30일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본회의를 연이어 개최하고 다음달 1일과 2일에도 본회의를 연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어떤 법안을 처리할지를 두고는 여야의 주장이 제각각이다. 새누리당은 30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대야(對野) 압박에 나섰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30일 본회의가 마지노선”이라며 “야당이 민생을 역행하며 시급한 현안의 발목을 잡는다면 차가운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FTA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안이 아니다. 그날을 벗어나면 (올해 안에) 발효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합의한 것은 본회의 일정뿐이라고 반박했다. 한·중 FTA를 비준하려면 정부·여당이 보완책 마련 협상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중 FTA가) 비준될 것이라는 건 강한 추측에 불과하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정부·여당이 한·중 FTA 피해 대책에 대해 지금보다 진전된 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으면 모든 의사일정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정기국회 최대 쟁점인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의 국고 지원 증액, 상임위별 청문회 개최를 위한 국회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야 지도부에 직접 연락을 취해 “FTA 비준동의안은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으므로 반드시 30일 본회의에서 의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는 한·중 FTA 비준동의안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 3법, 노동개혁 관련 5개법, 테러방지법 등에 대해 입장차가 커 협상에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는 주말 동안 쟁점에 대해 타결 시도에 나설 예정이다.
임성수 전웅빈 기자 joylss@kmib.co.kr
[기획] ‘조문정국’ 끝나자 ‘안개정국’
입력 2015-11-27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