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통합’ 받들겠다더니… 野 ‘그들만의 전쟁’ 또

입력 2015-11-27 21:47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최고위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서로를 외면하는 주류와 비주류 진영 지도부 인사들. 왼쪽부터 주류인 문재인 대표,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연합뉴스

제1야당의 집안싸움이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끝나자마자 폭발하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 진영이 그동안 당 소속 의원들에게 돌린 연판장 성명을 발표하며 세력 과시에 나섰고, 오영식 최고위원은 ‘세대교체형 리더십’을 요구하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 지도부가 와해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까지 하는 형국이다.

비주류 주승용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문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상의 없이 내놓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과 자신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공천권 요구 세력’으로 표현한 데 대해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문 대표는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사과한다”면서도 “(공천원 요구 세력 발언은) 특정인이나 세력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널리 양해해 달라”고만 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주류 진영은 문·안·박 연대 성사에 사활을 걸었다. 문·안·박 연대에 호남 인사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 문 대표는 “공동선대위 등을 통해 보완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전병헌 최고위원도 “문·안·박 연대 틀이 성사될까봐 방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태도가 (당내에) 있는 게 참 안타깝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러나 주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가 본인은 대표를 유지하면서 최고위원들만 물러나라 하는 걸 어떻게 납득하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오 최고위원은 “문·안·박 연대가 비전과 역할로 실현되길 바란다. 새로운 세대교체형 리더십을 창출해 달라”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문 대표의) 제안방식에는 문제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문·안·박 연대는 정치적 결사체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당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야 한다”고 했다.

주류와 비주류 진영 간 ‘연판장 전쟁’도 벌어졌다. 범주류로 분류되는 초·재선 의원 48명은 “문·안·박 체제가 갈등 극복과 단합의 조건이라 생각해 지지한다”며 안철수 의원에게 ‘대승적 결정’을 요구했다. 원외 시도당위원장·지역위원장 80명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호남 의원 18명은 “총선 지도체제로는 미흡해 보완돼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또 문 대표의 광주 조선대 발언에 대한 사과도 요구했다.

이처럼 당이 ‘연판장 전쟁’으로 쪼개지자 정세균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서명을 해서 언론에 발표하는 것보다 동지로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방안이 더 좋다”고 꼬집었다. 한 당직자는 “서로 만나지도 않고 성명서로 싸우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했다.

정작 문·안·박 연대의 핵심 당사자인 안 의원은 여전히 부정적 견해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전날 지도부의 한 핵심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근본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29일 문·안·박 연대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