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았던 여당 내 계파 간 ‘공천 룰’ 갈등이 김영삼(YS) 전 대통령 조문 정국이 끝나면서 정면충돌을 향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시급한 의회 현안에 당력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 당분간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 간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겠지만, 이도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김장 담그기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공천 룰 논의에 대해 “한·중 FTA가 분초를 다투는 일이기 때문에 우선은 이 문제를 빨리 끝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 다음 민생경제 법안과 예산안을 연계해서 12월 2일까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할 안건에 먼저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친박 진영에서도 “공천 문제를 놓고 당장 치고받을 형편이 안 된다”며 자제하고 있다. ‘일 안 하는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만날 앉아서 립서비스’ 발언까지 나온 마당에 집권여당이 집안싸움으로 힘을 빼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당 일각에선 상도동계라는 정치적 뿌리를 공유하는 김 대표와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YS의 서거를 계기로 손을 맞잡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계파 간 휴전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공천 룰 갈등이 모두 ‘외부 요인’으로 잠시 밀렸을 뿐, 입장 차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다음 달 15일부터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이 논의를 마냥 미룰 수도 없다.
특히 다음 달 초부터 공천특별기구 구성과 ‘전략공천’의 허용 범위, 일반 국민과 당원의 경선 참여 비율,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 등을 놓고 양 계파 간 신경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 방식을 줄곧 밀어붙이고 있지만, 친박 주류는 이 구상대로 갈 경우 당내 역학구도에서 밀릴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앞서 양측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야권의 거센 공세에 공동전선을 구축하느라 내전을 자제해 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與도 계파간 ‘공천룰’ 갈등 재점화 조짐… 예비후보 등록 임박 ‘태풍 전야’
입력 2015-11-27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