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선천성 장애가 있는 기자를 조롱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자 오히려 기자의 소속 언론사에 사과를 요구하는 ‘적반하장’식 행동을 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는 트위터에 장문의 글을 올려 최근 발생한 ‘기자 장애 조롱’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나는 세르지라는 기자가 누구인지, 그가 어떻게 생겼고 지적 수준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세르지는 뉴욕타임스(NYT) 기자인 세르지 코발레스키로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선천성 관절만곡증을 앓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TV에 출연해 “뉴욕시 인근 뉴저지주의 아랍인 수천명이 2001년 9·11테러 때 환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트럼프는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 코발레스키가 쓴 기사를 근거로 말했다고 주장했으나 코발레스키가 “당시 수천명은커녕 수백명이라도 환호했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고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자 트럼프는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양팔을 부자연스럽게 휘젓는 등 코발레스키의 장애를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사진).
트럼프는 트위터 글에서 코발레스키의 장애를 흉내낸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코발레스키가 속한 NYT에 사과를 요구하면서 “NYT는 나에 대한 나쁜 기사를 쓸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를 고민하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코발레스키는 “뉴욕데일리뉴스 기자로 일하던 1987∼1993년 트럼프를 만나 취재를 했었다”며 “트럼프가 내가 누구인지, 또한 장애가 있음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제스처를 한 게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선천성 장애 있는 기자 조롱한 트럼프, 거센 비난 받자 되레 언론사에 사과 요구
입력 2015-11-27 19:56 수정 2015-11-27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