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한국에서 일본 창작뮤지컬이 위세를 떨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전반기 ‘마리 앙투아네트’와 중반기 ‘데스노트’가 흥행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12월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오케피’ 역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율 1위를 달리며 흥행조짐이다.
‘마리 앙투아네트’(2014년 11월 1일∼2015년 2월 8일 서울 샤롯데극장)는 일본의 대형 뮤지컬 제작사 도호가 프랑스 대혁명을 소재로 엔도 슈가쿠의 쓴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해 2006년 만든 작품이다. 비엔나 뮤지컬을 대표하는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에게 제작을 의뢰했다. 한국 버전은 도호 버전에서 등장인물들을 대거 삭제하고 갈등구조를 명확히 하는 등 캐릭터 비중과 성격에 변화를 시도했다. 음악 작업도 다시 이뤄져 새로운 넘버 9곡이 추가됐다. 티켓 파워 있는 남자 배우들로 편향된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여배우 옥주현과 김소현 투톱으로 대극장 초연 공연을 성공시킨 드문 사례다.
‘데스노트’(6월 20일∼8월 15일 경기도 성남아트세터)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만화가 원작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2.5차원 뮤지컬 붐이 불고 있는 일본에서 호리프로가 올해 선보인 뒤 바로 한국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2.5차원 뮤지컬은 2차원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3차원 뮤지컬로 만들되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한 만큼 두 차원의 중간에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동안 마이너 제작사의 전유물로 인식됐지만 원작만화의 힘을 깨달은 대형 제작사들도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호리프로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한 브로드웨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이끄는 크리에이티브팀과 손잡고 기존 2.5차원 뮤지컬보다 만듦새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일본 2.5차원 뮤지컬을 대표해 해외 진출 테스트 성격이 강했던 ‘데스노트’는 한국 뮤지컬계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홍광호가 출연해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100만원 짜리 암표가 나돌기도 했다.
‘오케피’(12월 18일∼2016년 2월 28일)는 일본에서 연극·TV드라마·영화를 오가며 ‘코미디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미타니 코키가 2000년 작곡가 핫토리 다카유키와 내놓은 그의 첫 뮤지컬이다. 뮤지컬 반주를 맡은 오케스트라를 소재로 지휘자를 비롯해 멤버 13명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통해 화려한 무대 뒤편을 보여준다. 오케피는 일본 공연계에서 ‘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로 사용된다.
미타니는 국내에서도 연극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2년 연속 1000만 배우의 반열에 오른 황정민은 2008년 ‘웃음의 대학’ 초연에 출연하면서 ‘오케피’를 알게 됐다. 이후 뮤지컬 배우 출신인 아내 김미혜와 설립한 샘컴퍼니를 통해 ‘오케피’의 한국 버전을 준비해 왔다. 연출을 맡은 한편 오만석과 함께 지휘자 역으로 출연한다.
‘마리 앙투아네트’ ‘데스노트’ ‘오케피’ 등 3편은 그동안 일본의 창작뮤지컬에 대해 과소평가 해오던 한국 뮤지컬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뮤지컬시장이지만 창작뮤지컬 제작에 소극적이었던 일본이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원천 콘텐츠의 힘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창작뮤지컬이 당장 내년에도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많은 국내 제작사들이 관심은 갖고 있지만 아직 계약을 성사시킨 경우는 없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일본 창작뮤지컬 3편이 큰 주목을 받은 것은 국내에서 볼 수 있었던 기존 뮤지컬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줬기 때문”이라며 “한국보다 치밀한 대본과 제작능력으로 만들어진 일본 창작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日 창작뮤지컬 2015 강타…‘마리 앙투아네트·데스노트’ 돌풍 이어 ‘오케피’ LG아트센터 무대에
입력 2015-11-29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