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기초 ‘지역데이터’ 살려라… 통계 3각편대 떴다

입력 2015-11-29 20:44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이다. 이 말은 통계가 어떤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맹신할 경우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거짓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다. 최근 중앙 정부가 ‘지방 3.0’을 추진하면서 지역에 특화된 통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지자체는 낮은 재정자립도로 통계에 인력과 예산을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은 해당 지역의 실정에 맞는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지자체의 통계 사업 활성화에 나섰다.



지역통계, 인력·예산 모두 부족

1995년 지역자치단체장 선거와 함께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20여년간 지자체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립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역별 사업체와 일자리 등 세부 경제통계부터 청·장년층·고령층, 다문화가구 등 지역주민 관련 상세통계, 관광·농어업·산업 등 지역 특성에 따른 특화통계까지 지역 통계 수요도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2015년 현재 지역통계 생산 역량은 제자리 수준이다.

통계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지자체는 낮은 재정 자립도를 이유로 예산과 인력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통계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통계인력은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통계를 작성하는 정부기관 공무원은 2014년 4300명이었다. 이 중 지자체 인력은 8% 수준인 360명에 불과했다.

자체적으로 지역통계를 개발할 역량도 부족했다. 지역통계 427종 중 대부분이 인구나 가계 동향 등을 알아보는 기본적인 데이터였고 해당 지역에 특화된 통계는 31종(7.3%)에 불과했다.

지방통계청은 관할 지역의 범위가 넓어 단순 데이터만 취합, 작성하는 데 애를 먹었다. 1개 지방통계청이 평균 3, 4개의 지자체와 관할 시·군·구를 관리해야 했다.

이러다 보니 통계청은 늘 지자체 통계 자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임금근로 일자리나 귀농인 등 신규통계 작성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충실한 통계가 필수였지만 관련 자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중앙행정기관뿐이었다.



통계청, 지자체와 손바닥 마주치기

통계청이 지역통계 발전을 위해 나선 건 지난해부터다. 기본 형태는 본청인 통계청과 지방통계청, 지자체 간의 유기적 협업이다. 이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이 이 같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업무 분담도 확실히 했다. 통계청은 시·도, 지방통계청은 시·군·구를 담당하기로 했다. 지난달 5개 지방통계청에 지역통계과를 신설했다.

지자체가 지역정책 수립을 위해 특화통계를 개발하고 작성업무를 담당하면 통계청과 지방통계청은 표본 추출 등 전문적인 기술을 지원했다. 지방통계청은 또 지자체가 갖고 있는 행정자료들을 분석해 신규 데이터와 연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 밖에도 통계청과 지방통계청은 지자체의 부족한 통계 인력을 감안해 ‘사회조사’ 등 통계조사를 대신했고 조사기획, 조사표 설계, 보고서 작성 등도 지원했다. 지자체의 통계역량 강화를 위해 인적 교류도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통계청은 9개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행정 자료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행정통계와 조사통계 등 27종의 지역특화통계를 발굴, 제안했다. 용인시 ‘임금근로일자리 통계’, 경주시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관광객 수 및 소비행태 분석’, 아산시의 ‘온천관광통계’ 등이다.



남은 과제는 지역통계의 역량 강화

통계청은 올 초 지역통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역통계 확충, 맞춤형 통계서비스 확대, 거버넌스(공공경영) 역할 강화, 지역통계 역량 강화 등 네 가지 전략에 맞춰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웠다. 단기 과제는 내년까지 완료할 계획이고 장기과제는 내년부터 시작한다. 장기과제의 종료시점은 과제를 완료하는 때다.

눈길을 끄는 과제는 16개 광역자치단체와 230개 기초자치단체의 생활환경 및 경영상황을 알아볼 수 있는 ‘e-지방지표’ 개선이다. 현재 e-지방지표는 인구, 소득, 고용 등 16개 부문별 100개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통계청은 시의성 제고를 위해 자료의 신속한 업데이트와 지역 정책 활용성이 높은 지표를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이미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단기 과제로 자료 관리 기관을 변경했다. 자료 입력만 수행하던 통계진흥원에서 자료수집부터 입력까지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통계정보원이 담당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의성이 떨어지는 지표를 삭제하고 필요지표를 발굴한다.

지역통계의 거버넌스 역할을 높이기 위해 지방통계청의 기능도 강화한다. 단기 과제로 지자체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통계팀’을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방통계청의 주도로 지자체가 스스로 지역통계 등을 개발·개선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에 나선다.

이밖에 지역통계 표준화에 힘쓸 계획이다. 통계개발원과 함께 지역사회지표 매뉴얼을 작성해 활용하고 있다. 또 17개 시·도의 지역사회조사 표준화를 위해 현황 자료를 수집한 상황이다. 지자체 행정자료를 분석해 기존 통계와 연계할 수 있는 방법과 신규 통계도 개발한다.

대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