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극복하고 하나님 찬양합니다”… 믿음으로 장애 이긴 ‘더 크로스’ 보컬 김혁건씨

입력 2015-11-29 18:56
남성 듀오 ‘더 크로스’의 보컬 김혁건씨가 27일 서울 금천구 장애인전문 인터넷방송인 ‘희망방송’ 스튜디오에서 복식호흡장치를 이용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넌 할 수 있어/ 힘들지만 언제나 이겨냈잖아/ 어두운 밤 지나 태양이 눈뜰 때/ 넌 다시 태어날 거야.”

남성 듀오 ‘더 크로스’의 보컬 김혁건(34)씨가 최근 발표한 솔로앨범 ‘넌 할 수 있어’의 가사 첫 부분이다. 신앙의 힘으로 전신마비를 딛고 재기한 그는 이 곡에 지친 이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서울 금천구 장애인전문 인터넷방송인 ‘희망방송’에서 27일 만난 김씨는 “이젠 어떤 상황이 와도 하나님을 찬양할 것”이라며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보호해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간증했다.

2003년 1집 앨범 ‘멜로디 쿠스(Melody Quus)’로 데뷔한 그는 ‘돈 크라이(Don’t Cry)’ ‘당신을 위하여’ 등으로 주목받았다. 데뷔와 동시에 ‘보컬의 지존’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4옥타브를 넘나드는 고음과 함께 노래실력도 인정받았다. 검은색 가죽 재킷과 장갑, 찢어진 청바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2012년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오토바이를 몰다 마주 오는 차와 정면충돌해 경추가 부러지며 전신마비 장애가 생겼다. 수술을 받고 2년여 입·퇴원을 반복했지만 지금도 어깨 밑으로는 감각이 없다. 옆에서 누가 돕지 않으면 혼자 밥을 먹거나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가수로서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절망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를 버리시지 않으셨다. 서울대 로봇융합연구센터장인 방영봉 교수팀의 지원으로 복식 호흡장치를 이용해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목소리를 크게 내라고 배를 세게 눌러주셨어요. 횡경 막이 올라가면 목소리가 크게 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교수님들이 기계장치를 만들어주신 거고요.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펑펑 눈물이 쏟아졌다. 힘들었던 하루하루가 떠올랐다. 예수 믿고 새사람이 됐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그는 매주 주일예배를 드리고 ‘순(소그룹)모임’도 갖고 있다. 일대일 양육을 받으며 성경 공부도 한다.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낫게 해 달라고 기도드리면서 평안함을 찾았습니다. 조만간 많은 사람 앞에서 찬송을 부를 텐데, 하나님이 돌아온 탕자를 예뻐해 주실지 모르겠네요(웃음).”

그에게 하나님은 누구일까. 그는 “평안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픔이 없었다면 하나님을 믿지 않았을 것이고 축복도 없었을 것”이라며 “평온함이 깃든 새 세상을 열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자신이 이렇게 믿음 좋은 크리스천으로 변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신앙체험과 예수님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 담긴 복음성가 ‘주님의 기적’을 감미롭게 부르며 하나님 안에서 신실한 사람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달 ‘제10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대중예술 부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 상은 장애를 극복하고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장애예술인을 발굴, 표창해 장애예술인의 자부심과 희망을 고취하기 위해 2006년부터 수여되고 있다.

그는 “좌절에 빠져있던 저처럼 그늘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며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관심을 이제 어려운 이웃에게 돌려줄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