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다음달 11일 개성공업지구에서 차관급 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했지만 예정대로 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령 열린다 해도 지속성을 갖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양측은 26일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당국자회담의 날짜와 장소, 격(格)에 합의했으나 수석대표 이름과 의제를 확정짓지 못했다. 수석대표를 포함한 회담대표 명단은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교환할 예정이지만 수석대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무접촉에서 의제 우선순위와 관련해 남측은 이산가족, 북측은 금강산 관광 문제를 주장하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로 두루뭉술하게 합의하는 데 그쳤다. 회담에서 의제 우선순위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남북이 ‘8·25 합의’ 때 당국자회담 장소를 ‘서울 또는 평양’이라고 적시했음에도 북측이 개성을 고집한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북측이 회담 정례화에 소극적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관급 회담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의 핵 개발 포기 및 개혁·개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당국자 간 대화가 필수다. 정부는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사소한 형식 문제로 파탄에 이르지 않도록 전향적으로 대응해야겠다. 북이 수석대표로 통일부 차관이 아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요구할 경우 수용하는 게 옳다. 의제 역시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 시점에서 의제 우선순위보다 회담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산가족 문제를 먼저 논의하더라도 일회성 회담으로는 뚜렷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차관급 회담을 진행하면서 필요할 경우 장관급으로 격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설] 남북 차관급회담 인내심 갖고 성과 내기를
입력 2015-11-27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