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재철] 재난안전 전문꾼이 필요하다

입력 2015-11-27 18:05

개인이든 조직이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피해와 후유증이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는 늘 다양한 위험과 불안전 요인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그런 기능을 담당하는 부처가 국민안전처이고, 지방에도 각각의 직제에 맞춰 조직이 편성되어 있다. 재난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건 창의적인 업무수행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주인공 존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책상 위에 올라가 바라보라고 말한다. 앉아서 보는 모습과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음을 깨우쳐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할 땐 그것을 다른 시각에서 봐라. 틀리고 바보 같은 일일지라도 시도를 해봐야 해”라고 말이다. 다 알고 있고,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조차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또 다른 모습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각종 재난대비 계획을 수립할 때 스스로 최상의 계획이고 최선의 방책이라는 자기최면에 걸릴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중요 국면에 대한 다양한 대비 계획들이 필요하다. 재난업무 종사자들이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려는 창의성이 더 많이 요구된다.

둘째는 재난대비 계획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보완하려는 자세다. 최근 종료된 제96회 전국체전 양궁 리커브 남자 일반부 35m 결선경기에서 3명이 만점을 쏘았다. 결국 최종 순위는 지름 4㎝인 과녁 안쪽을 맞힌 횟수로 정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부족함이 있다는 이야기다. 재난대비 계획도 완벽함은 없다. 변화되는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셋째는 분야별 전문가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려는 개방적인 자세다. 재난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자기만족적 우월감을 과감히 버리고 협업과 상생의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달 상주터널 트럭 폭발화재 현장에서 학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119구조대원의 침착한 대응 사례가 언론에 많이 조명되었다. 적절하게 대처한 전문가의 기지가 많은 사람의 안전을 지켜주었던 것이다. 재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각각의 영역에서 분야별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하려는 개방적 자세는 폭 넓은 재난 관리의 출발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크럼볼츠 교수는 ‘굿럭(Good Luck)’이란 책에서 ‘계획된 우연’을 이야기한다. 진로발달과 직업선택에서 많은 사람들은 우연히 현재의 직장에서 근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우연이 있기까지는 수많은 관심과 노력이 숨어 있다고 한다. 즉 행운은 우연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연을 행운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호기심’, ‘인내심’, ‘융통성’, ‘낙관성’, ‘위험감수’ 등 다섯 가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재난안전 분야에서도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난의 예방과 경감을 위한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들이 쌓일 때 우연처럼 국민들의 안전이 최대한 보장될 것이다.

국민안전처가 출범한 지 1년이 되어간다. 국민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즉 재난안전 전문꾼을 필요로 한다. 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는 부단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윤재철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