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눈과 경계

입력 2015-11-27 18:06
눈 결정체. 위키미디어

이번 주 전국적으로 첫눈이 내렸다. 눈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를 보면 마음의 나이테가 보인다. 동심은 마냥 즐거우나 노심은 초사한다. 집에 차 가지고 갈 걱정, 김장 걱정이 앞서는 것이 어른들의 반응이다. 올 겨울 남태평양의 슈퍼엘니뇨 영향으로 습기를 머금은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예보를 접하니 즐거울 동심이 마냥 부러워진다. 이렇듯 눈은 우리 삶에서 ‘순수’를 구분짓는 경계이기도 하다.

눈송이는 구름으로부터 형성되는 2㎜ 정도의 얼음 결정체들이 엉켜붙은 것을 말한다. 눈의 결정체는 바늘모양, 기둥모양, 납작한 판모양, 별모양, 부채꼴 등 300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형태의 눈 결정은 수분이 과포화된 정도와 기온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는 별모양의 결정은 영하 10도에서 20도 사이에 만들어지며, 이보다 기온이 높을 때는 바늘모양이나 기둥형이 만들어지고 영하 20도 이하에서는 기둥모양이나 판모양이 생성된다.

눈 결정체의 다양함만큼은 아니지만 눈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여러 개의 눈 결정이 달라붙어 탐스러운 함박눈(snow flake)은 습기가 많은 눈으로 육각모양의 결정체로 이루어져 있다. 상공 1.5㎞의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일 때 만들어진다. 기온이 이보다 아래일 때는 싸락눈(snow pellets)이 세상에 뿌려진다. 구형이나 깔때기모양을 하며 그 크기는 2∼5㎜ 정도다.

싸락눈처럼 잘 뭉쳐지지 않는 눈으로 가루눈(powder snow)이 있다. 일반적으로 직경이 1㎜ 미만으로 매우 작은 판모양이거나 길쭉한 알갱이모양의 눈을 말한다. 흔히 접하는 진눈깨비(sleet)는 눈이 내리는 도중 녹아 비와 섞인 상태의 것을 말한다. 산지에서 볼 수 있는 날린눈(blowing snow)은 지표에 쌓여 있는 눈이 강한 바람에 날려오르는 눈을 말한다.

눈이 마음의 노소를 구분케 하지만, 눈은 우리 눈에 비치는 모든 사물의 경계를 지워버린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면을 지우기도 하고 나무 가지와 잎의 경계를 사라지게 한다. 소담한 눈이 내린 마을에서는 빈한한 집과 부잣집 지붕 간의 차이를 찾을 수 없다. 눈이 많을 것이라는 올 겨울, 서로를 구분짓는 마음의 경계가 줄어들었으면 한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