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뭘 하려 하지 말고 시대만 읽어도 교회가 달라져요”… 일산광림교회 박동찬 목사

입력 2015-11-29 18:43
박동찬 목사는 “과업지향적 목회가 아닌 진심이 통하는 목회를 해야 한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복음이 전파되는 것이며 성도 각자의 믿음이 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광림교회 박동찬(53) 목사는 올해부터 특이한 실험을 시작했다. 교회 공동체를 50세를 기준으로 둘로 나눈 것이다. 50대 이상 1세대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반면, 50대 이하 다음세대에겐 스스로 모임을 만들도록 유도했다. 교회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도움만 준다는 뜻을 밝혔다. 모임은 사회생활과 연관되면 좋겠다는 게 거의 유일한 조언이었다. 박 목사는 주일설교도 아예 두 개를 준비한다. 하나는 1세대용, 다른 하나는 다음세대용이다.

요즘 그런 다음세대 공동체 안에 변화가 나타났다. 각종 팀이 만들어진 것이다. 구제사역(NGO)팀, 문화예술팀, IT사역팀, 통역팀, 홈스쿨링팀 등 18개나 됐다. 이들 팀은 교회 안에만 머무는 친교 조직이 아니다. 해당 분야 일에 직접 종사하는 팀원을 비롯해 관심 있는 청년들이 수시로 만나 모임을 갖고 있다. 어떤 팀은 아예 창업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 26일 교회에서 만난 박 목사는 “다음세대는 논리보다 감성을 중시하고 강요된 지식보다 스스로 찾아낸 지식을 선호한다. 교회는 이들을 지원하면서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 살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교회 30, 40대 신자는 1000여명. 박 목사는 앞으로 상당수 젊은 신자들이 이 같은 팀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목사는 그동안 1세대 중심의 목회를 펼쳐왔다. 그러나 다음세대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서 이 같은 변화를 추구했다. 1세대가 자전거를 탔다면 다음세대는 자동차를 타는 세대였다. 목회 방식도 달라야 했다. 그는 다음세대를 알기 위해 포스트모더니즘을 공부했다. 부목사 시절 ‘성공적인’ 청년 사역도 힘이 됐다. 그는 교회의 1세대 신자들에게 다음세대에게 울타리가 되어주자고 설득했다. 박 목사는 토요일에도 청년들과 4시간씩 대화하며 소통한다.

일산광림교회는 2000년 김선도 감독 기념교회로 세워졌다. 김 감독의 목회를 계승하고 북방 선교를 감당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박 목사는 2006년 부임했고 당시 500명이던 교인이 지금은 4000명이다. 다양한 사회봉사와 다문화 사역, 탈북자 대안학교 지원 등은 지역사회의 칭찬을 받고 있다.

내년이면 단독 목회 10년째에 접어드는 그는 김선도 감독을 30년 이상 지켜본 당사자이기도 하다. 서울 압구정동 광림교회에서 대학생 때부터 시작해 신학생, 부목사, 기획목사 등을 거치며 다양한 목회 경험을 쌓았다. 김 감독 목회의 DNA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목회자로도 통한다. 지금도 목회가 어려우면 김 감독을 떠올린다고 했다.

“김 감독님은 ‘크리에이티브’와 ‘텍스트’를 강조한 목회자였습니다. 불신자를 전도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이며 창의적 접근을 많이 했고요. 그들이 신자가 되면 말씀과 기도에 충실했지요.”

박 목사는 그동안 찾아가는 목회를 실천했다.

지역 내 학교와 행정기관, 단체를 직접 방문해 교회가 도울 일은 없느냐고 물었다. 교인들을 향해서도 ‘교회는 쉼터’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와서 쉬고 힘을 얻으라고 했다. 봉사는 하고 싶으면 하라 했고 헌금 얘기는 한 적이 없다. 박 목사는 “과업지향적 목회는 안 한다. 진심이 통하는 목회라야 한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복음이 전파되는 것이며 성도 각자의 믿음이 자라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목회자포럼(회장 정성진 목사) 부회장으로도 섬기는 그는 다음세대 목회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목회자가 뭘 하려고 하지 마세요. 시대를 읽으면 됩니다. 그러면 방식도 달라집니다. 우선 목사님들이 모여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나눠야 합니다. 연합하면 뭘 할지 알게 됩니다. 경쟁하려니 못하는 겁니다.”

일산=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