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이슈-中年 크리스천은 무엇으로 사나] “자녀 뒷바라지 가장 부담 … 봉사하는 삶 살았으면”

입력 2015-11-27 20:59
중년기를 보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적 의미에 의해서만 채워질 수 있는 실존적 빈 공간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중년 크리스천들은 이 시기에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궁극적인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중년남성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국민일보DB
중년기는 인생의 ‘사계(四季)’ 중 가을이다. 봄에 비유되는 유년기는 새싹처럼 보살핌을 받고, 여름처럼 뜨거운 청년기는 사랑을 찾고 꽃을 피운다. 가을이라 일컫는 중년기는 열매를 맺는다. 겨울, 노년기는 마지막을 준비한다. 하나님은 때에 따라 모든 것을 아름답게 지었지만(전 3:11) 잎사귀마저 떨어뜨리고 겨울을 기다리는 가을 나무는 쓸쓸하기도 하다.

중년을 맞은 크리스천 다수가 불안 허무 우울의 감정 속에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보살피고, 교회 봉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은 ‘가정의 행복’을 성공의 기준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노후를 위해 부부 관계를 돌보는 크리스천은 열 명 중 한 명꼴에 그쳤다. ‘좋은 인간관계’(31.3%)와 ‘신앙생활’(21.3%)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이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섯 명 중 한 명가량은 노후에 선교를 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 노후 준비로는 건강관리와 재산증식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했다. 네 명 중 한 명 정도는 자기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국민일보와 하이패밀리(원장 김향숙) 가정사역 최고위과정이 27일까지 한 달여 동안 전국 40∼59세 크리스천 남녀 4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년 크리스천의 의식 실태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중년의 짐, 자녀-노후-교회

A씨(50·전업주부)는 고교 3학년인 아들(18)과 올해 내내 다퉜다. 수학능력시험 직전 “공부 못하는 네가 교회에 오는 걸 하나님도 싫어하신다”고 해 지금까지 아들과 ‘냉전’ 상태다. A씨도 하나님 안에서 “마땅히 행할 바를 가르치는 것”(잠 22:6)이 자녀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현실에서 그는 성적을 기준으로 자녀를 다그쳤다.

많은 중년 크리스천이 ‘자녀부양’(21.8%)을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중년기와 자녀의 사춘기가 겹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부모는 신체기능 저하와 호르몬 부족으로 지치고, 사춘기 자녀는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혼란스럽다. 부모와 자녀 모두 예민해져 쉽게 흥분할 수 있다. A씨의 경우는 신앙과 삶의 괴리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후 무대책’(21.8%)은 중년을 불안하게 한다. ‘노후를 잘 준비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응답자 세 명 중 한 명꼴로 ‘못하고 있다’(25.3%)거나 ‘전혀 못하고 있다’(9.4%)고 했다. 노후 준비를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41.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자녀부양에 대한 부담’(18.4%)도 큰 이유다. 자녀의 교육비와 결혼자금 등이 노후 준비를 어렵게 만든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절반가량은 ‘학비 지원’(49.9%)을 자녀 부양의 책임으로 봤지만 상당수는 ‘취업’(8.2%)과 ‘결혼’(17.1%)까지 부모의 책임으로 여겼다. 심지어 ‘주택 마련’(4.2%)과 ‘손자손녀 돌봄’(4.0%)을 부모의 책임으로 보기도 했다. 김향숙 원장은 “개인 중심의 서구에선 성인 이후 대학 때부터 자녀가 모든 책임을 지지만 가족 중심의 한국에선 자녀의 결혼과 손자손녀 양육까지 부모가 부담감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교회’(17.4%)도 고민을 안겨준다. 장로와 권사 등 직분을 제안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건강’(16.9%) 염려도 크다. ‘은퇴와 퇴직’(6.9%)도 고민이다.



행복감 성취와 노후 준비 방향 불일치

크리스천 과반(52.1%)은 ‘가정의 행복’을 성공의 ‘제1기준’으로 보고 있다. 이어 ‘편안한 마음’(16.6%)을 성공의 기준이라고 여겼다. ‘경제적 안정’(10.9%)이나 ‘사회적 지위’(1.8%)를 성공의 잣대로 삼는 이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자식의 성공’(4.5%)이라고 한 이도 있었다. 김 원장은 “하나님과 나, 가족과 나, 친구와 나 등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크리스천의 성향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행복감도 ‘관계’에서 느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때가 언제인가’란 질문에 세 명 중 한 명가량이 ‘좋은 인간 관계’(31.3%)라고 응답했다. 가족과 교우 관계 등에서 삶의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전직 공무원인 B씨(58)는 “퇴직 전 아내를 ‘왕비’ 모시듯 했다. 퇴직 후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사이가 나쁘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 명 중 한 명 정도는 ‘신앙’(21.3%)과 ‘자족’(11.4%)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신앙생활은 하나님과의 교제로 요약될 수 있다. 자족은 신앙 안에서 만족하고 감사할 때 나오는 태도이다. 행복한 중년을 보내기 위한 마음가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자족’(30.0%)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신앙’(21.8%) ‘성숙’(6.7%) ‘좋은 인간 관계’(4.5%)가 뒤를 이었다.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노후 준비는 ‘건강관리’(32.0%)였다. 건강 유지를 필수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저축과 보험 등 ‘자산관리’(24.0%)가 중요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신앙생활’(16.0%)과 ‘행복한 부부관계’(13.0%)가 그 뒤를 이었다. 행복감은 관계에서 주로 느끼는 반면 노후 대비는 물질적인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원장은 “중년기 이후 부부에겐 자녀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진다. 남녀 호르몬 변화를 이해하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리모델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사회적 건강과 영적인 건강 중요

노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기부’(26.1%)와 ‘선교’(21.6%)라고 응답했다. 올해 연말 정년을 앞둔 C씨(55)는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이 땅에 있다. 20대엔 이성, 30대엔 일, 40대엔 가정, 50대엔 공동체를 사랑해야 한다. 나는 노후에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함께 농구도 하고 여행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크리스천의 이런 바람은 예수의 새 계명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를 따르는 것이다. 미국 심리학자 에릭슨(1902∼1994)도 사회적 생산성을 중년기 과제로 제시했다. 에릭슨에 따르면 청소년기(12∼18세)는 정체성 혼란의 시기, 청년기(20∼40세)는 취업과 결혼의 시기, 중년기(40∼65세)는 자녀 양육과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시기이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기’(17.6%)와 ‘취미와 여가 활동’(16.4%)이 기부와 선교의 뒤를 이어 하고 싶은 일로 조사됐다. 나를 위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설문에서 다수가 ‘자기계발’(22.6%) 또는 ‘취미생활’(18.9%)을 한다고 했다. ‘성경공부’(17.4%)나 ‘봉사’(13.6%)라고 답한 이들보다 훨씬 많다. ‘나를 위해 하는 일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24.1%)고 한 이도 적지 않았다. 육체적 건강과 기본적 수입은 필수적이다. 은퇴가 빨라지고 있다. 제2·3의 직업도 고민해야 한다. 대화 교제 봉사는 사회적 건강의 바탕이다. 영적인 건강은 크리스천의 생명이다. 각자 행복한 노후를 잘 준비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 원장은 “기부 나눔 선교를 위해서는 자격증 등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또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영적으로 균형 있게 건강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