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국가장]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눈보라 속 ‘눈물의 배웅’

입력 2015-11-26 22:12 수정 2015-11-26 23:40
서슬 퍼런 군사독재에 맞섰던 거산(巨山)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국회에 등원하는 날, 거리는 영하의 칼바람으로 얼어붙었다. 배웅 자리엔 그를 사랑했던 사람과 맞섰던 사람 모두가 함께하며 ‘화합과 통합’의 유지를 기렸다.

김 전 대통령 운구는 서울대병원에서 광화문광장, 세종로를 지나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했다. 맏손자 성민씨가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들었고, 그의 민주화 동지들은 버스 7대에 나눠 탔다. 경찰 호송대가 영정차와 운구차 앞뒤로 도열해 운구행렬을 안내했다.

장례식장 주변과 영결식이 열린 국회의사당 주변엔 마지막 예를 표하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추위로 거리 인파는 많지 않았지만 인도와 주변 건물 곳곳에서 시민들은 그를 지켜보며 애도를 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회 영결식을 마치고 46년간 머문 서울 상도동을 잠깐 들렀다. 유족들은 영정을 들고 사저 안방과 거실, 응접실을 짧게 돌아봤다. 그가 초산 테러와 가택연금을 당하고 목숨을 건 단식을 했던 곳이자 대통령 당선의 기쁨을 간직한 장소다. 휘호 ‘송백장청’(소나무와 잣나무는 오래 푸르다)이 영정을 맞이했다. 운구행렬은 이후 사저에서 500m 떨어진 ‘김영삼 기념도서관’도 천천히 지나쳤다.

친근했던 ‘이웃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상도동 주민들이 골목을 가득 메웠다. 중학생 딸을 데리고 나온 이은아(42·여)씨는 “딸에게 역사의 순간을 알려주기 위해 함께 추모하러 왔다”고 했다. 심광섭(77)씨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한 데는 그와 같은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은 오후 4시30분쯤 영면을 위해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유족들은 하관 후 ‘부활대망’ 예배를 드리고 그를 떠나보냈다.

홍석호 심희정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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