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을 쓰고 집회에 참가해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각목으로 경찰버스를 내려친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잇달아 형이 가중됐다. 법원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시위자들에 대한 엄벌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지난 4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범국민행동’ 집회에서 경찰관 10여명을 폭행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기소된 강모(47)씨의 항소심에서 26일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강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당시 강씨는 모자·마스크로 자신의 얼굴 일부를 가린 채 시위에 참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만약 강씨가 체포되지 않았다면 (경찰 병력을 폭행한) 범행을 밝히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단순히 참가한 다른 시위대보다 책임을 더 엄히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초 시위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자주 불법시위로 변질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건전시위 문화의 정착을 위해 법원이 관용을 베풀기보다 그 책임을 엄하게 물을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강씨가 벌금형 외에 동종 전과가 없고, 구속기간 중 부친상(喪)을 당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형은 너무 가볍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또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부장판사 심준보)는 각목으로 경찰 수송버스 출입문과 유리창을 수차례 때린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기소된 A씨(57)의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각목으로 버스 출입문을 두드린 행위는 폭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회 통념상 제3자가 충분히 생명과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법무부에 이어 법원도 불법집회 엄벌 기조를 보이면서 향후 예정된 집회·시위에서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다음 달 5일 서울광장에서 1만명 규모의 집회를 하겠다고 26일 신고했다. 집회 명칭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살인진압 규탄·공안탄압 중단·노동개악 중단 민중총궐기’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불법이 예견되면 집회 신고를 불허할 수 있다”고 말한 가운데, 경찰은 전농의 집회 신고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해 불법이 예상되면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法 “복면·폭력시위, 엄하게 책임 물을 필요성 있다”
입력 2015-11-26 21:36 수정 2015-11-26 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