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65년 동안의 반려자 손명순 여사가 배웅했다. YS 서거 당일 “안 추웠는데 춥다”고 비통해했던 손 여사는 26일 속절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남편을 영영 떠나보냈다.
손 여사는 오후 1시20분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나와 국회에서 열린 영결식에 참석했다. 검은색 두꺼운 털 코트를 입고 무릎엔 담요를 덮었다. 거동이 불편해 이날도 휠체어에 몸을 의지했다. 손 여사는 때때로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짓거나 눈을 감고 상념에 잠겼다.
손 여사 오른쪽 옆에는 장남 은철씨와 차남 현철씨가 나란히 앉았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은철씨는 검은색 선글라스와 중절모를 쓰고 손 여사와 함께 입장해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유족 헌화 때는 양옆에서 부축을 받아 힘겹게 발걸음을 뗐다. 여러 번 눈물을 훔치던 현철씨와 달리 은철씨는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YS의 3녀 혜영·혜경·혜숙씨도 자리했다.
추도사 낭독, 종교의식 거행 때만 해도 애써 덤덤했던 유족들은 YS의 생전 영상이 대형 화면에 나오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현철씨는 부친 영정 앞에 헌화·묵념한 뒤 자리로 돌아와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오열했다. 빈소가 있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예배에서 YS의 누이들은 “말 한마디만 하고 가. 만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우리 오빠 보고 싶어”라고 통곡했다. 이 소리가 장례식장 건물 밖에까지 들렸다. 손 여사는 발인예배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영결식을 말없이 지켜보던 손 여사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 하관식 땐 끝내 눈물을 훔쳤다.
유족 대표로 헌화하고 분향하던 현철씨 손도 떨렸다. 관 위로 흙이 떨어지자 현철씨는 “아이고”라고 외마디 탄식을 내뱉었다. 얼굴에선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거동이 불편해 결국 헌화하지 못한 손 여사도 먼저 간 남편의 관 위에 꽃잎과 흙이 뿌려지는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손 여사는 이화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51년 YS와 몰래 결혼했다. 이후 평생을 YS의 정치적 조력자로, 인생의 동반자로 옆에 있었다. ‘정치 9단’인 남편을 따라 ‘내조 9단’이라 불렸다. 이런 아내에게 YS는 2011년 회혼식에서 “아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은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고, 사랑하오’ 이 두 마디뿐”이라며 입을 맞췄다. YS는 생전 손 여사를 애칭 ‘맹순아’라고 부르며 아꼈다.
권지혜 고승혁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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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던 孫 여사 하관식 땐 눈물 현철씨 “아이고…” 외마디 탄식
입력 2015-11-26 22:13 수정 2015-11-26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