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가 국내에서도 적발됐다. 첫 실내 인증시험에서는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두 번째부터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도로주행에서는 기준치의 최고 31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이 뿜어져 나왔다. 인증시험만 통과하도록 ‘눈속임’하는 ‘임의설정(defeat device)’을 한 것이다.
◇인증시험 때만 작동=환경부는 26일 “실내 인증시험에서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를 가동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고 도로를 주행할 때는 작동을 중단해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하는 식으로 조작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국내 판매된 폭스바겐 경유차 6개 차종을 지난 9월부터 검사했다. ‘EA189’ 구형 엔진이 장착된 ‘티구안 유로5’ 차량에서 임의설정을 잡아냈다. 저감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 티구안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인증시험 기준치의 19∼31배(0.8∼1.38g/㎞)로 껑충 뛰었다.
환경부는 임의설정된 차량의 전자제어 장치가 실험이 한번 끝나면 인증시험이 종료된 것으로 오인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인증모드 검사를 마친 후 엔진을 끄지 않고 연달아 5회를 실험했더니 2회부터 정상 가동되던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의 작동이 줄어들었다. 6회에 이르자 급가속 등 특정 조건에서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가 아예 멈췄다. 실제 도로인 것처럼 차량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 실내 인증시험과 다른 환경을 조성했을 때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늘었다. 도로주행 실험에서는 실내 인증시험 때보다 많은 질소산화물이 배출됐다.
◇경유차 전체로 조사 확대=환경부는 신형 EA288 엔진이 장착된 골프 유로5 차량, 유로6 차량 4개 차종(골프·제타·비틀 및 아우디 A3)도 임의설정됐다고 본다. 추가 자료를 통해 확인할 방침이다.
또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내년 4월까지 국내에서 경유차를 판매 중인 자동차 제작사 16곳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현대,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 아우디폭스바겐, BMW, 벤츠, 포르쉐,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푸조, FCA코리아, 포드, FMK, 닛산 등이 해당된다.
관련 제도도 손본다. 임의설정을 차단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도입한다. 대형차(3.5t 이상)엔 내년 1월부터, 중소형차(3.5t 미만)에는 2017년 9월부터 적용된다. 임의설정에 따른 과징금 상한액은 현재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임의설정한 자동차 제작사에 대한 처벌 규정(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도 신설한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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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파겐 국내서도 ‘조작’ 확인] 도로 주행때 질소산화물 기준치 최고 31배 배출
입력 2015-11-26 2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