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국가장] ‘청산에 살리라’ 들으며 국민과 영원한 작별

입력 2015-11-26 21:10
김영삼 전 대통령의 운구차 행렬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거행된 영결식을 마친 뒤 대형 태극기를 앞세우고 상도동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오후 2시부터 열린 영결식은 유족과 정부 측 초청 인사, 장례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치러졌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일 흰 눈을 맞으며 하늘로 돌아갔다.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은 오후 2시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국회 본관 앞마당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장례위원회 위원, 정·관계 인사, 주한외교단 조문사절단 등 7000여명이 참석했다. 민주주의자이자 의회주의자였던 김 전 대통령은 오후 3시30분쯤 영결식이 끝나면서 국회와 영원히 작별했다.

◇YS, 서설 속 귀천(歸天)=김 전 대통령 영결식은 영하의 기온과 ‘서설(瑞雪)’이 내리는 가운데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오후 2시부터 1시간20분 동안 거행됐다.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서울대병원에서 출발, 오후 1시56분쯤 국회의사당 영결식장에 입장했다. 김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와 차남 현철씨 등 유가족, 정치적 동지인 상도동계 인사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운구차를 맞았다.

영결식은 김동건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와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집행위원장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운동 이력과 대통령 재임 시절 주요 업적을 약력으로 보고했다.

기독교 의식을 시작으로 종교 의식도 거행됐다.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원로목사가 집례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기도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자유민주주의의 문을 열었던 고인의 일생은 조국의 미래를 여는 거룩한 유산이 됐다”며 “고인의 이러한 삶이 한 알의 밀알처럼 이 땅 곳곳에 뿌려져 우리 사회의 거친 냉소주의, 차가운 비관주의를 뚫고 생명의 낙관주의를 회복하게 해 달라”고 했다. 찬송가 ‘나의 갈 길 다 가도록’이 흘렀고, 이어 서울신학대 유석성 총장은 디모데후서 4장 7절에서 8절을 읽었다. 기독교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과 조문객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이어 불교, 천주교, 원불교 의식이 거행됐다.

◇생전 YS 육성에 울음바다=종교 의식 이후엔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업적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은 93년 2월 대통령 취임식 선서를 시작으로 김 전 대통령의 청년 시절 모습, 74년 신민당 총재 취임연설, 79년 의원직 제명 당시, 83년 민주화 요구 23일 단식 당시 모습 등이 담겼다. 또 금융·부동산실명제, 조선총독부 해체, 하나회 척결, 역사 바로세우기 등 주요 업적이 소개됐다.

추모 동영상에서 꼿꼿했던 고인의 모습과 육성이 나오자 유족과 조문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일부는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분향과 헌화도 이어졌다.

곧이어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했던 가곡 ‘청산에 살리라’가 조곡으로 울려 퍼졌다. 전직 국가원수 예우 차원에서 3군 통합조총대가 조총 21발도 발사했다. 마지막으로 김 전 대통령을 실은 운구차가 장지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출발하면서 1시간20여분의 영결식이 마무리됐다.

◇각계 한목소리로 추모=영결식에는 여야 지도부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여야 지도부 의원들이 대부분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길을 배웅했다.

또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등 상도동계 인사들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홍업씨 등 동교동계 인사도 상당수 영결식에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도 참석했다.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 등 언론계 인사도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여야 대표는 영결식 후 한목소리로 YS 정신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영결식 후 “김 전 대통령께서는 나라를 위해 온몸을 던지고 목숨을 아끼지 않으신 그런 분이었다”며 “대통령의 훌륭한 애국정신을 잘 본받아 열심히 좋은 나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 부디 영면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큰 별이셨다”며 “민주주의가 다시 흔들리고 있는,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게 돼 한편으로 착잡하다. 후배들에게 남겨진 몫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문동성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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