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허무, 우울….’ 중년의 당신을 한 번씩 삼키려 드는 감정들이다. 이 감정의 화살들을 어찌할 것인가.
여기 세 사람은 운동, 여행, 공부를 통해 흔들리는 중년의 균형추를 세운 이들이다. 운동은 육체뿐만 아니라 영적인 건강까지 회복시킨다. 여행은 일상의 분기점이 된다. 공부는 다른 세계의 통로가 된다. 결국 중년기 가을은 우리를 겨울까지 인도해 인생의 사계를 완성시킬 것이다.
“몸이 건강해지니 기도 시간에 더 집중… 하나님과 대화도 원활”
서울 강북안디옥교회 이명옥 사모(49)는 매일 오전 5시30분부터 2시간가량 남편이 목회하는 교회 예배당에서 새벽기도를 드렸다. 남편과 결혼한 뒤 20년 넘게 해온 것이다. 그러다 2012년 초 기도 후 집으로 와 아침식사를 차릴 때면 쓰러질 것만 같았다.
“40대 중반이 되자 기력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새벽기도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세 자녀를 돌보기도 힘들었다. 이 사모의 키는 165㎝, 몸무게는 49㎏. 본래 몸도 약한 편이었다. “감기를 거의 달고 살았어요. ‘쿨럭쿨럭’ 기침소리가 크게 나서 모임에 가기도 부담될 정도였죠.” 우울했다. 이 사모는 운동을 시작했다. 집 근처 구립 체육시설 수영장에 등록했다. 매일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가량 수영을 했다.
“운동이 보약보다 낫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생활의 피로감이 훨씬 덜하더라고요. 체력이 좋아진 거죠.” 지금은 인근 헬스장에서 서너 차례 운동을 한다. “몸이 건강해지니깐 기도에도 더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하나님과의 대화가 원활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웃음)” 수영과 헬스에 든 돈은 매월 2만원. 신체적 건강이 영적인 건강까지 회복시켰다.
“힘찬 첫발 내딛을 때 그 순간이 마냥 행복… 사소한 것에서도 감사”
사진작가 이한결(44)씨는 마흔 이후 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를 혼자 세 차례 걸었다. 올해는 9∼10월, 2014년엔 가을, 2012년엔 여름 한 달여씩.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무덤을 향한 800여㎞ 길이다. 왜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해서 그는 “답답했어요”라고 했고, 뭐가 답답했는지에 대해 “일상”이라고 했다.
처음 걸었을 때 그 길은 ‘고통’이었다. “몸이 아팠어요. 나중엔 마음까지 아파요.” 왜 마음까지 아프냐고 묻자 “걸어보면 알아요”라며 웃었다. 두 번째 걸을 때 그 길은 ‘꿈’이었다. “계속 꿈속에서 제가 그 길을 걷더라고요. 그래서 그 꿈을 확인하려고 다시 걸었어요.” 그리웠던 모양이다. 세 번째 걸은 길은 ‘행복’이었다. “그 길도, 그 길 위의 사람도, 사람들과 나누는 음식도 다 행복이었어요.”
그는 왜 세 번씩이나 그곳에 갔는지 이번에 알아냈다. “그 길에 ‘판타지’가 있는 게 아니에요. 계속 걷는 것을 반복할 뿐이에요. 발을 내딛을 때 힘이 들어가는 그 순간이 그냥 행복해요. 작고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요.” 그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여행은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아무리 멀리 떠나도 우리는 돌아와야 해요. 그냥 떠나세요. ‘나’를 만나고 돌아오세요.”
“자기 달란트를 이용해 맡기신 소명 다한다면 기독인에게는 영광”
이명진 다움상담코칭 대표(60)는 연세대연합신학대학원에서 상담코칭 전공으로 40대에 석사, 50대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애 셋 낳고 기르면서 주부로 지내던 때였어요. ‘내 삶은 뭘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공허감이 그를 찾아왔다. “서른여덟에 상담 공부를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밀려서 왔다면,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자는 마음이었어요.”
상담 공부는 적성에 맞았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평안을 나누는 것은 큰 기쁨을 주었어요.” 그는 현재 상담코칭 전문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 임상책임교수로 일한다. 연동교회 상담실 봉사도 한다. 노년을 앞둔 지금 가장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자기가 흥미를 갖는 분야를 공부하고, 그 분야에서 일이나 봉사활동을 하길 권한다. “50년을 살았다고 해도 앞으로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중년, 노년에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자기 달란트를 이용해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마지막까지 할 수 있다면 그리스도인에게 더 큰 영광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나는 이렇게 ‘인생 가을나기’ 한다
입력 2015-11-27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