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브랜드 슬로건 잔혹사] 38년 역사 ‘I♥NY’, 범죄도시 뉴욕을 ‘세계수도’로

입력 2015-11-28 05:01
도시 브랜드 슬로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미국 뉴욕시의 ‘I♥NY’다.

‘나는 뉴욕을 사랑한다’는 뜻의 이 브랜드 슬로건은 1977년 그래픽 디자이너인 밀턴 글레이저가 도안했다. 당시 뉴욕시는 석유파동으로 경기가 극심하게 침체되고 실직자 수가 급증하고 있었다. 이에 뉴욕시는 긍정적인 도시 이미지와 인식 제고를 위해 이 슬로건을 광고 캠페인에 사용했다. 1년 뒤 뉴욕시의 관광 수입은 1억4000만 달러나 늘어났다. 또 뉴욕은 매력적이고 활기찬 도시라는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Love’ 글자 대신 빨간 하트모양을 넣은 ‘I♥NY’ 하나가 범죄의 도시로 악명 높던 뉴욕을 세계적인 관광·패션도시로 탈바꿈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의 베를린은 ‘Be Berlin’이다. 베를린시는 분단의 과거로 무겁고 무거운 인상을 지우기 위해 2008년부터 이 슬로건을 사용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는 1963년 존 F 케네디가 베를린에서 남긴 ‘나는 베를린 사람이다’란 말에서 착안한 것이다. ‘베를린이기 때문에, 베를린 사람이기에 자랑스러워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2004년부터 ‘I amsterdam’을 쓰고 있다. “나는 암스테르담 사람이다”라는 뜻이다. 다인종, 다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잘 전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암스테르담도 ‘꼭 가보고 싶은 도시’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C-OPEN-HAGEN’으로 도시 이름을 브랜드화했다. 여기에 ‘OPEN’, 즉 개방성·다양성을 담아냈다.

이밖에 관광·금융도시 홍콩은 ‘Asia’s world city’, 해발 1마일(1.6㎞)에 위치한 미국 덴버시는 2004년부터 ‘Denver The Mile High City’를 앞세우고 있다.

도시는 아니지만 동남아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1999년 ‘Malaysia, truly asia’를 선보였다.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2년 만에 2배로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전주=김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