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내 시신도 저리 될까?’ 2012년 5월 A씨(53·여)는 신문기사를 읽다가 문득 불안해졌다. 무연고 시신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의과대학에 해부 실습용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내용 때문이다.
A씨는 부모를 모두 여의고, 형제와도 30년 넘게 연락이 끊긴 채 미혼으로 혼자 살았다.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루푸스가 의심된다는 진단에도 돈이 없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무연고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시신이 실습 교재로 쓰이는 걸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국선변호인 도움을 받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6일 A씨가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무연고 시신이 발생할 경우 의과대학에 시체를 교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1980년 이후 의대가 증가하면서 해부용 시체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95년에 도입됐다.
헌재는 “의학 교육·연구에 기여하려는 법안의 정당성과 적합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생전(生前) 의사와 무관하게 자신의 신체를 해부용 시신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해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09∼2013년 무연고 시신이 해부용으로 제공된 사례는 1건이다. 무연고 시신을 해부 교육용으로 제공하는 조항을 삭제한 시체해부법 개정안은 지난 5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헌재 “무연고자 사망시 해부용 시신 제공 위헌”
입력 2015-11-26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