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도 웃기는 대학로 코미디 연기 1인자 서현철 “웃음 비결? 한박자 어긋난 호흡·타이밍이죠”

입력 2015-11-26 19:47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 제작사들이 코미디를 올릴 때 ‘0순위’로 꼽는 배우는 단연 서현철(50·사진)이다. 남다른 코믹연기로 객석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최근 TV드라마 ‘어셈블리’와 ‘육룡이 나르샤’ ‘달콤살벌 패밀리’에서 잇따라 감초 역할로 나온 그가 친정인 대학로 연극 ‘웃음의 대학’(내년 1월 24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1관)으로 돌아왔다. 일본 코미디 황제로 불리는 미타니 고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에서 그는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희극 작가의 대본을 자기 맘대로 주무르는 검열관 역을 맡았다.

25일 대학로에서 만난 서현철은 “‘웃음의 대학’은 왜 우리에게 웃음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작품이다. 미타니 고키의 희곡이 워낙 좋기 때문에 출연배우가 웃음을 더 만들어내기 위해 무대에서 굳이 오버할 필요가 없다”면서 “2013년 처음 출연했을 때 아쉽게 생각했던 부분을 이번에 보완했다”고 밝혔다.

그가 연기하는 검열관은 웃음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로 시종일관 진지하다. 그런데 이 모습이 관객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한 박자 어긋나는 호흡과 타이밍으로 웃음이 결정되는 것 같다. 다만 웃기려는 의도가 보이는 작품은 되레 유치해지고 가벼워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을 다니다 1994년 뒤늦게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데뷔작인 극단 작은신화의 ‘황구도’를 비롯해 지금까지 연기한 작품 대다수에서 코믹한 배역을 소화했다. 뮤지컬 ‘판타스틱스’와 연극 ‘너와 함께라면’ 등은 그의 코믹연기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는 “남을 웃기는 재주가 없어 코믹연기를 주로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그런데 ‘황구도’부터 역할을 진지하게 했을 뿐인데 극단 동료들이나 관객들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후 점점 많은 작품을 하면서 내가 코미디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절대 악역이나 비극의 주인공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역할로 연기 변신을 하고 싶은 것은 모든 배우의 꿈”이라며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을 펼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설명했다.

흔히 코믹배우는 애드리브에 능한 편이지만 그는 무대 위에서 애드리브를 절대하지 않는다. 웃기려는 욕심으로 돌발적인 애드리브를 할 경우 상대 배우를 당황시켜 극의 흐름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본 공연 전에 연습할 때는 애드리브를 하기도 한다. 재밌으면 연출가, 상대 배우와 합의해 아예 대사에 추가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무대 위에서 약속을 깨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가 높게 평가하는 코믹연기 달인은 2013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배우 백원길이다.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소속인 백원길은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의 코믹연기 연출을 맡기도 했다. 그는 “원길이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1인자였다. 둘이서 각각의 코믹연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2인극을 해보자고 했는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