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삼 前 대통령 발인·국회 추모 예배] “용기와 희망 남기고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입력 2015-11-26 21:20
교계와 정계 인사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추모예배’에서 헌화하고 있다. 추모예배는 김 전 대통령 국회추모준비위원회와 한국교계-국회평신도5단체협의회(한평협), 4·19선교회 등이 주관했다. 전호광 인턴기자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발인예배가 26일 오전 10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가족과 지인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예배는 김장환(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 목사의 집례로 찬송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부르며 시작됐다. 극동방송 이사 공부영 장로가 김 전 대통령의 약력을 소개했고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가 ‘따뜻한 눈동자, 인자한 미소로 조국의 미래를 지켜봐 주소서’라는 제목으로 추모시를 낭독했다.

조성민(상도제일교회) 목사의 기도에 이어 이기복(대전 하늘문교회) 목사가 ‘나는 오늘 죽어도 영원히 살리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김 전 대통령은 암울하던 시대에 젊은이들과 온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 미래에 대한 확신을 줬다”면서 “어떤 고난과 위험도 무릅쓰고 불의와 투쟁한 이 시대의 의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나는 죽어도 영원히 살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고인은 장로로서 부활의 신앙을 갖고 불의와 싸우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림인식(노량진교회 원로) 목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해 인사말을 전했다. 림 목사는 “김 전 대통령은 바울 사도처럼 믿음을 지키며 하나님이 시키신 일을 끝까지 완수했다”면서 “바울 이후 기독교가 왕성해진 것처럼 고인이 가신 후 이 나라도 왕성해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가족 대표로 인사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아버님은 어려우실 때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말 간절히 기도하셨다”면서 “그 간절한 기도와 소망이 결실로 맺어진 것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 민주화의 영광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날씨가 매섭다. 이 추운 날, 왜 이렇게 추운 날 하나님께서 아버님을 데려가시려고 하시나”라며 울먹였다. 이어 림택권 전 아세아연합신학대 총장의 축도로 발인예배를 마쳤다.

앞서 고김영삼전대통령국회추모예배준비위원회와 한국교계·국회평신도5단체협의회(한평협) 등은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김 전 대통령 추모예배를 드렸다. 참석자들은 고인이 즐겨 불렀던 찬송 ‘예수는 나의 힘이요’를 부르며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고인을 추모했다. 각계 인사들이 추모사를 낭독하자 장내가 숙연해졌다.

장상 세계교회협의회(WCC) 공동의장은 ‘나의 갈 길 다 가도록’이란 제목의 추모메시지에서 “직설적이고 담대하며 기백이 있던 고인은 베드로처럼 용감하고 담대하게 사람의 심장을 갖고 할 수 없는 일을 했다”면서 김 전 대통령을 물 위를 걷는 예수를 따라 물속으로 뛰어든 베드로에 비유했다. 이어 “밀려오는 파도를 보고 물에 빠진 베드로의 손을 잡아주신 것처럼 민주화라는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고인의 손을 주께서 잡아주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평협 상임대표 김영진 장로는 인사말에서 “이 땅에 아직 진정한 민주주의와 정의·평화, 평화통일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고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다”며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더욱 민주화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함께 나서자”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추모사에서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고인의 외침은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말”이라며 “당신은 기도하는 신앙인이었다. 당신이 지나온 삶은 우리에게 용기와 힘이 되고 있다”고 애도했다.

이날 추모예배는 감경철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의 사회로 시작해 대의그룹 회장 채의숭 목사의 축도로 끝났다. 새에덴교회 성가대의 찬양과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참석자들의 헌화도 이어졌다.

유영대 전병선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