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달러, 우리 돈으로 3억4000만원이 넘는다. 넥센 히어로즈 에이스로 활약했던 앤디 밴헤켄이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 옷을 입기로 하면서 소속팀에 안긴 ‘이적료’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외국인 선수가 이적료를 발생시킨 첫 사례다.
밴헤켄처럼 최근 한국프로야구에서 성공한 외국인 선수들의 일본행이 매 시즌 반복되고 있다.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국내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해외 진출 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까지 다른 리그로 가버리면 팀 전력은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이대로라면 외국인 선수들에게 한국은 일본으로 가는 과정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국야구 발전이나 흥행에서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밴헤켄이 남긴 이적료는 한국프로야구에 주는 의미가 크다. 한국에선 시즌 후 외국인 선수가 다른 리그 또는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데 있어 원 소속 팀과의 별도 협상이 필요 없다. 외국인 선수의 다년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KBO 규정상 외국인 선수는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기 때문이다.
넥센은 밴헤켄에 대한 ‘선수 보유권’을 갖고 있어 이적료를 받을 수 있었다. 넥센은 올 시즌을 마친 뒤 곧바로 밴헤켄과 내년 시즌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이적 요청이 들어오면서 사실상 다년 계약 효과를 누렸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외국인 선수 1년 계약 조항을 다년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활약이 보장된 선수와 장기계약을 맺을 경우 겨울마다 일본 구단의 러브콜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 구단이 다년계약을 제시하는 만큼, 한국 구단들도 다년계약 카드를 꺼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다수의 국내 구단들은 계약서를 쓰지 않을 뿐, 실질적으로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다년 계약을 약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용도 존재한다. 다년 계약을 맺은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하거나, 수술대에 오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단이 떠안게 된다.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를 늘리지 않는 이상 다년 계약은 각 구단에 ‘양날의 칼’일 수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타임아웃] 프로야구 외국인도 다년 계약 어떨까
입력 2015-11-26 19:27 수정 2015-11-26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