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회담 내달 11일 개성공단서 개최 합의

입력 2015-11-26 21:40 수정 2015-11-27 01:10
남북 당국회담 실무접촉 대표단이 26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내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협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 왼쪽은 북측 수석대표인 황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통일부 제공

남북이 다음 달 11일 개성공단에서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민간교류 활성화,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8·25합의 마지막 과제였던 당국회담에도 합의하면서 이명박정부 이후 악화일로를 걸었던 남북 관계도 극적인 반전 계기를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남북이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갖고 약 12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북은 이날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실무접촉을 진행했다. 우리 측은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섰고 김충환 통일부 국장, 손재락 총리실 국장이 참석했다. 북측 대표단도 수석대표인 황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 등 3명으로 구성됐다.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황 부장은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 현관에 남측 대표단이 도착하자 “안녕하십니까.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라며 반갑게 맞았다. 김 국장에게도 “김충환 선생,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며 환대했다.

하지만 1차 전체회의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당국회담 개최 시기와 의제 등 전반적인 사안에서 양측 입장의 거리감이 컸기 때문이다. 남측은 내년 4월 ‘총선 정국’ 전 조속히 개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는 서울이나 평양이 우선 거론됐다.

회담 안건으로는 고령화가 심각한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 확인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원선 복원과 연계한 비무장지대(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설치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부에서 시작한 금강산관광과 달리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제안한 평화사업인 만큼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

반면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등 경제난 타개를 위한 사업을 우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주체도 격론 끝에 결정됐다. 남측은 당국회담 제안 과정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에 전화통지문을 보냈다. 하지만 북측은 조평통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회담 주체의 격(格)에 대한 현격한 인식차를 드러내왔다. 하지만 막바지에 이르러 차관급 회담을 갖기로 극적으로 타결됐다. 8·25합의 당시 등장했던 ‘2+2 고위급 회담’ 체계는 불발됐다.

입장차가 드러나면서 양측은 오후 2시30분 1차 전체회의 종료 후 3시간 이상 휴회하고 각자 대응을 논의했다. 실무접촉은 당초 오전 10시30분(평양시 오전 10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현지 통신선로 개설이 늦어지면서 2시간20분가량 연기됐다.

양측은 회담 전부터 팽팽한 기 싸움을 거듭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앞선 25일 “북남관계는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개선될 수 없다”며 “8월 합의 이전이나 이후나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서 달라진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홍 장관도 이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8·25합의’의 모멘텀을 살려나갈 수 있도록 실무접촉에 임하겠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도록 회담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은 당국 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적 문제들은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협의키로 했다.

회담 대표단 수는 별도로 정하지 않고 각자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만큼 구성키로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