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에만 집착… 수요 못 찾았다”… 재기성공 기업이 밝힌 ‘실패의 함정’

입력 2015-11-27 05:02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창업한 지 5년이 지나면 31%만이 살아남는다. 창업 5년 만에 10곳 중 7곳이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첫 창업의 실패를 거울삼아 오뚝이처럼 재기하는 기업도 있다.

위즈벤처스 임현수 대표는 첫 창업에서 시장 분석에 실패해 폐업의 쓴맛을 경험했다. 임 대표는 2008년 SNS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구매 패턴, 나이, 성별을 분석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알려주는 ‘위인터랙티브’라는 데이터베이스 제공 업체를 창업했다. 하지만 기업 간의 거래 없이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B2C 방식을 선택했으나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임 대표는 창업 6년 만에 폐업했다. 임 대표는 26일 “첫 창업에서는 기술 개발에만 집착해 사업 아이템에 맞는 수요자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임 대표는 첫 창업의 실패를 교훈 삼아 올해 초 SNS상에서 사용자의 감정 패턴을 분석한 데이터를 기업에 제공하는 위즈벤처스를 창업해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남들이 다 하는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다. 아우스케미칼의 박진원 대표는 2000년 벤처 붐이 일어날 당시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했다가 주문 물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사업을 접었다. 박 대표는 이후 ‘자신만의 경쟁력’을 무기로 창업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5월 친환경 차량용 촉매제를 만드는 아우스케미칼을 설립해 다음달 시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다.

2001년 건설업을 하던 ㈜조이시아진지의 변동효 대표는 원청업체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 대금 미지급이 계속되자 변 대표는 결국 2007년 폐업했다. 그는 “시장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불량 거래처라는 변수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변 대표는 폐업 이후 7년 동안 잔디 종자를 연구해 잔디 종자 생산 업체인 조이시아진지를 설립했다. 조이시아진지는 라오스의 70만평 농장에서 잔디를 재배하기로 라오스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재기 스토리’는 중소기업청과 미래창조과학부 등 7개 기관이 26일 공동으로 개최하는 ‘2015 재도전의 날’에서 인정받았다. 임현수 대표는 재기성공인으로 미래부장관상을 받았고, 변동효 대표와 박진원 대표는 ‘혁신적 실패사례’ 부문에서 각각 미래부장관상과 중기청장상을 수상했다.

중소기업청이 2013년 191개 폐업 기업을 조사한 결과 가장 큰 실패 원인은 ‘판매부진’(48.5%)과 ‘적자누적’(41.8%)이었다. 카이스트 기업가정신연구센터 김인수 부센터장이 생존에 실패한 기업 146건을 분석한 결과 폐업의 원인은 ‘창업 아이템 검증 미흡’이 56건으로 가장 많았다. 김 부센터장은 “경험과 준비도 없이 자금만 갖고 무조건 창업하다보니 위험 요소가 무엇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3년 이상 기간에 철저히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시장의 변화를 파악한 다음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