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국제회의 속 리커창(사진) 중국 총리의 숨가쁜 외교 스케줄이 화제다. 중국 언론들은 ‘커창 리듬(克强節奏)’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리 총리를 태운 보잉 747전용기는 지난 24일 장쑤성 쑤저우의 쑤난공항에 내렸다. 대기하던 버스에 올라서자 운전석 위 전자시계는 새벽 1시13분을 가리켰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 일정을 마치고 열리는 16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중국-중·동유럽 국가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쑤저우에 도착하는 길이었다. 버스가 비를 뚫고 쑤저우의 한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2시30분쯤이었다.
리 총리는 이날 오전에만 에스토니아, 폴란드, 슬로베니아 등 3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했다. 타비 로비아스 에스토니아 총리와의 회담을 마치고는 급히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쉬사오스 주임을 불러 발트해 철도 건설 사업과 관련해 신속한 추진을 지시했다. 리 총리는 일정 중간중간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중국정부망은 전했다. 리 총리는 이날 오후 3시 타이후국제회의센터에서 16개국 정상들을 맞이하고, 정상회의 개막 연설과 회의 주재 등을 소화했다. 이튿날 오전 11시 리 총리는 16개국 정상들과 함께 쑤저우에서 상하이행 고속열차에 탑승했다.
앞서 리 총리의 쿠알라룸푸르 일정도 ‘커창 리듬’에 맞춰 움직였다. 지난 21일 리 총리는 한 호텔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동을 마치고 곧바로 18차 아세안+1(중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쿠알라룸푸르 콘퍼런스센터로 달려갔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말콤 턴불 호주 총리와 회담한 뒤 이번에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로 향했다. 예정보다 2시간이 늦어져 리 총리는 통싱 탐마봉 라오스 총리에 이어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와 만난 뒤 나집 나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주재한 저녁 연회에 참석했다.
모든 일정이 끝난 시간은 밤 11시였다. 다음 날에도 10회 동아시아정상회의 일정을 숨가쁘게 소화했다.
차이나데일리는 호텔 주방장을 인용, “리 총리는 이날 오후 3시가 돼서야 점심을 했다”면서 “타이트한 일정에 3번이나 음식을 새로 데워야 했다”고 전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분 단위’ 시계 보며 걷기… 글로벌 외교가 ‘커창 리듬’
입력 2015-11-27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