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에서 26일 거행된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각각 조사와 추도사를 낭독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조사=장례위원장인 황 총리는 조사에서 “대통령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정치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우리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걸으셨다”면서 “우리나라 의회민주주의의 산 증인이었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변화와 개혁’에 대해 “금융실명제 도입과 군 사조직 개혁, 공직자 재산공개 등 국가 개혁은 깨끗하고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세계화와 개방화라는 국제적 추세에 맞춰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추진하는 데도 많은 힘을 기울였다”며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등 역사 바로세우기에도 노력하셨다”고 했다.
황 총리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대통령의 발자취를 우리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이념과 종교, 지역과 계층의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고인을 기리며 조사를 끝맺었다.
◇추도사=김 전 의장은 추도사에서 “대통령의 생애는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의 대한민국 민주 헌정사 그 자체였다”고 했다. ‘상도동계 동지’로 김 전 대통령과 민주화 투쟁을 함께했던 김 전 의장은 현재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으로 있다.
김 전 의장은 “초산 테러, 가택연금, 국회의원직 제명 등의 혹독한 탄압이 간단없이 자행됐지만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기보다 잠시 죽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는 대통령의 숭고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고 했다. 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절규는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들의 가슴 속에 민주주의에 대한 비원으로 아로새겨져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가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장례기간)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 저 건너편에서 ‘나, 김영삼인데요’ 하는 음성이 바로 들릴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많은 동지들이 상생과 통합, 화해와 통일의 그날을 반드시 실현해낼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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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6 21:11